[사설] 폭력적 美 우선 경제, 金 러브콜, 트럼프 리스크 구체화

조선일보 2024. 7. 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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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한 뒤 주먹을 쥐고 청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배터리 보조금 축소와 노골적 보호주의 발언 등으로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을 비판하며 “대만이 우리에게 돈(보험료)을 내야 한다. 미국은 보험회사”라고 했다. 트럼프 발언 직후 대만과 미국, 한국의 반도체 업체 주가가 내리고 있다. 트럼프 발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에 투자하면 보조금을 주겠다고 했었다. 법도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트럼프는 ‘칩스법’을 바꿔 그 보조금을 삭감할 수 있다고 한다. 보조금 유지 대가로 무리한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전기차 의무 정책을 없애고 보조금 축소를 공약했다. 미국 정부의 약속을 믿고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우리 자동차·배터리 업체엔 큰 악재다.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 관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럴 경우 대미 수출이 152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빌미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그 본질이 ‘폭력적’이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과 잘 어울렸고 또 잘 지낼 것이다. 김정은도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또다시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라는 무책임한 말도 했다. 그가 다시 김정은과 정상회담 쇼를 하고, 한미 연합 훈련을 없애는 데 대비해야 한다. 지금 1년에 10억달러 정도인 방위비 분담금을 몇 배인 수십억 달러로 올리라고 할 것이다. 수시로 주한 미군 철수를 위협하면서 실제로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선 트럼프가 바이든이 한 모든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협력을 대폭 강화한 캠프 데이비드 협정도 휴지 조각이 될지 모른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대한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 보조금이 미국 내 투자와 고용 확대 효과가 크고, 첨단 분야 한미 협력이 중국 견제에도 중요하다고 설명해야 한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위험한 거래를 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우리 주장을 전달해야 한다. 미국의 핵무기와 우리 재래식 무기를 통합 운용하기로 한 합의를 실제 작전 계획에도 빨리 반영해야 한다. 트럼프는 과거 “한·일 자체 핵 보유에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요구를 들어주면서 우리 핵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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