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백화점 콜센터 직원의 미술 수업

2024. 7. 20. 00: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늦봄, 한 백화점의 고객상담부 직원들과 한 달 동안 예술 수업을 했다.

낯설었던 예술의 장벽을 허물자 그림 한 점으로 쓰고 말하고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예술로 다양한 융합 기획을 실행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가장 빠르고 섬세하게 세상의 변화를 감지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종일 부스에 앉아 있던 이들
그림으로 말하는 방법을 배우다
임지영 예술 칼럼니스트·즐거운예감 대표

지난 늦봄, 한 백화점의 고객상담부 직원들과 한 달 동안 예술 수업을 했다.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할 줄 알게 된 그들의 신난 호응이 쏟아졌다. 세상에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없는 법. 이 과정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애썼다. 백화점 직원에게 직무 교육 외에 복지 차원의 예술 교육을 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보고 체계가 많다 보니 눈 밝은 한 명이 기안해도 위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므로, 일이 성사되기까지 실무자들이 정성껏 마음을 모았을 것이다. 첫 미팅 때, 누군가 “본사 콜센터를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 그들은 칸칸이 나눠진 부스에서 종일 감정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그림은 알 수 없는 세계였을 것이다. 예술은 저 너머의 세상이었을 터다. 그런데도 경청과 공감력은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직업적으로 훈련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타인의 얘기를 듣고 공감하는 일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긍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낯설었던 예술의 장벽을 허물자 그림 한 점으로 쓰고 말하고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의 감정이 매시간 울컥울컥 쏟아졌다.

예술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건 오해다. 다행인 것은 편견의 벽은 모래로 돼 있어 시점을 바꾸면 부드럽게 흘러내린다는 점이다. 관점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보이는 너머를 꿈꾸기도 한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진실도 체득한다. 그래서인지 교육계에서 퍽 많은 과정이 열리고 있다. 학부모 연수, 교직원 연수, 교육청 연수 등 현직 교사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덴마크에 교육 연수를 다녀온 교장 선생님 한 분이 말해주셨다. 덴마크에 가서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어떤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AI 활용법이 아니라 자존감 교육과 관계 교육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슴이 찡했다. 우리는 더 인간다워지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스스로 중심을 잡는 법, 타인에게 다정해지는 법, 우리가 어울려 노는 법 등 가장 원초적인 본질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사람은 함께 웃고, 울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예술로 다양한 융합 기획을 실행하고 있다. 예술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다른 영역과 합쳐졌을 때 그 효과가 특별하다. 특히 성 인지 감수성, 폭력 예방, 환경, 고립, 은둔 같은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아우르기에 예술은 정말 좋은 콘텐츠다. 예술가들은 가장 빠르고 섬세하게 세상의 변화를 감지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구현해낸다. 우리가 동시대 작품을 많이 봐야 하는 이유다.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답도 찾게 하기에…. 단편의 감각을 입체적 사유로 확장할 수 있어서….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다 아는 것 같아도 실상 잘 모를 수 있다. 옆자리 동료를 잘 안다고 생각해도 오산일 수 있다. 그때 필요한 게 예술이다. 그림을 본 마음이 어떤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서로의 취향을 묻고 듣는 것이다. 장욱진의 ‘길 위의 자화상’을 보며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왈칵 쏟아낸 분,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앞에서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다시 사람들 곁으로 가고 싶다”고 고백한 분처럼 그림으로 만난 수많은 사람이 서로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됐다.

그림을 읽고 마음을 쓸 때, 우리는 그것을 예술이라고 부른다. 그림 한 점 깊고 뜨겁게 응시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인생 문학을 쓸 수 있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