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부진, 내수 직격탄…코스피 올해 5% 뛸 때 코스닥 나홀로 마이너스

배현정 2024. 7.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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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부진의 늪’ 원인 분석
기술주와 같은 성장주 등 중·소형주가 포진해 있는 코스닥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올해 들어 코스피가 5% 가까이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되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증시와도 다른 길을 걷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미국의 중·소형주 대표지수인 러셀2000지수가 화려한 상승세를 펼치고 있다. 코스닥이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의 상승 흐름에서도 소외되는 ‘이중 디커플링(탈동조화)’ 늪에 빠져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830선이 무너진 코스닥. 올들어 5.71% 하락했다. [연합뉴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코스피가 4.7%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5.71% 떨어졌다. 830선이 무너진 코스닥은 52주 최고점(956.40)이었던 지난해 7월 26일과 비교하면 12% 넘게 하락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지수만 하락하는 원인으로 ‘대장주의 부재’를 첫손에 꼽는다. 지난해에는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가 코스닥 상승을 이끌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이들 대장주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여전히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만 19일까지 31.56% 내렸다. 시총 3위 에코프로도 같은 기간 21.39% 하락했다.

알테오젠(196.72%)·엔켐(129.72%)·삼천당제약(140.8%) 등 시가총액 10위권 내 종목이 부지런히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핵심 종목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닥지수 전체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소외됐던 코스닥 중·소형주 가운데 이미 꿈틀대며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들이 있음에도 코스닥 전체에서 2차전지 비중이 크다 보니 지수로 보면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저PBR’ 몰려 코스닥 소외 분석도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여기에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까지 덮쳤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 59개를 대상으로 한 2024년 연간 실적 전망치는 연초만 해도 5조1932억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전망치는 3조9645억원으로 23.7%나 하향 조정됐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의 이익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내수경기 침체 속에 연초 예상보다 20% 넘게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기업 이익이 줄고 있는데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할 순 없다는 것이다. 반면 코스피는 연초 237조8655억원에서 현재 251조7726억원으로 5% 넘게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며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코스피에 주로 몰려 있다는 점도 코스닥의 소외를 불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25조617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견조하게 받쳐왔지만, 코스닥에선 8430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11조1409억원)·현대차(3조3605억원)·SK하이닉스(3조2451억원)·HD현대일렉트릭(1조1386억원)·기아(9818억원)·KB금융(5901억원)등 반도체주와 PBR 1배 미만인 저평가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미 금리 인하 기대감 러셀2000지수 급등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위 중 코스닥 종목은 알테오젠(6859억원)이 유일하다. 코스닥에도 저PBR 종목이 있지만, 2차전지·바이오·게임 등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가 많다 보니 코스닥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자금 여력이 열위인 개인 투자자들이 80% 안팎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라며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수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11조원대를 유지하던 코스닥 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도 이달에는 8조원대까지 주저앉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코스닥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나 제약업종은 현재 조정 중이지만, 중장기 이동평균선(일정 기간의 주가 평균값 지표)은 일부 상승세로 진행되고 있다”며 “코스닥지수가 단기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더라도 추세적인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금리 인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코스닥과 같은 미국의 중·소형주 대표지수인 러셀2000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러셀2000지수가 뛰기 시작한 것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11일부터다. 이달 10일 이후 18일까지 7.14% 올랐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코스닥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급등한 러셀2000과는 달리 코스닥에 온기가 돌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 비중이 큰 것은 코스닥과 러셀2000의 공통점이지만, 러셀2000은 금융·소비재·에너지와 같이 경기민감형 업종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미국에서는 기대감만으로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스닥은 순환매(여러 업종에 매수세가 형성돼 주가가 오르는 현상)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일정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경우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그런데 외국인·기관 투자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개인 투자자에게만 부과된다. 따라서 금투세가 도입되면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유예나 폐지를 추진 중이지만,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종부세든 금투세든 무조건 수호하자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며 “금투세는 정부의 문제가 제일 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유예할 필요가 있을 수 있겠다, 논의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혀 유예 가능성은 있는 편이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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