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도 불꽃에도 춤추는 아이들
홍지유 2024. 7. 20. 00:01
이수지 지음
안그라픽스
얼굴에 검댕이 묻은 아이가 음표 위로 까만 공을 던진다. 튀어 오르는 공의 궤적을 따라 아이가 자유롭게 춤을 춘다. 풍뎅이, 잠자리, 사마귀, 개미도 각자의 몸짓으로 춤춘다. 작은 바람이 불어 땅속으로 몸을 피하고, 큰바람이 불어 멀리 도망칠 때도 있지만 까마귀와 개구리와 사마귀가 서로를 돌본다. 아이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한국인 최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수상자인 저자의 이 신간에서 아이들은 모리스 라벨의 음악 ‘볼레로’에 따라 춤을 이어간다. 그간 루시드 폴의 노래에 그림을 더한 『물이 되는 꿈』, 비발디 사계를 모티브로 한 『여름이 온다』 등 그림책의 외연을 확장해온 작가의 새로운 시도다.
책의 물성을 활용한 연출이 흥미롭다. 18번 그림 ‘불꽃놀이’는 온통 까만색인데 작게 뚫린 동그라미 사이로 불빛이 비친다. 접힌 종이를 펼치자 형형색색 빛나는 불꽃들이 한눈에 보인다. 작은 창문 밖으로 불꽃놀이를 구경하다 탁 트인 옥상에 올라간 듯한 느낌이다. 작가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전쟁과 도심에서 열린 불꽃놀이 축제 사진이 인터넷 뉴스 창에 나란히 뜬 것”을 보고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약하고 아름다운 존재를 생각하며” 책을 만들었다고 썼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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