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63] 갈팡질팡 내 마음
처음 편의점 배달 서비스 광고를 봤을 때 걸으면 몇 분, 배달하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 서비스가 잘 될까 싶어 의아했다. 하지만 배달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뉴스를 보니 인간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게으른 존재란 생각이 든다. 땀 흘리며 운동하는 사진은 매일 인증해도 오피스텔 1층 편의점에 가는 건 또 귀찮다는 것이다.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한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을 먹고, 보일러 온도는 최고로 올려놓고 덥다고 창문을 여는 이 현대적 쾌적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생각해 보면 짜장면, 냉면 위에 채 썬 오이는 질색하면서 통 오이는 건강에 좋다며 잘 먹는 나도 이상하다. ‘짬짜면’이 등장했을 때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오랜 고민이 드디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저조한 판매를 기록한 이 신박한 메뉴가 중국집에서 하나둘 사라진 지 오래다. 요구르트 한번 원 없이 마시는 게 소원인 어린 시절도 있었는데, 4.5배 더 커진 270ml 요구르트 제품이 나온 지금도 나는 여전히 다섯 개들이 요구르트에 차례로 빨대를 꽂아 마신다. 어쩐지 요구르트는 이렇게 마셔야 맛있을 것 같은 앞뒤 전혀 안 맞는 기분 탓이다.
연애할 때 좋아했던 장점이 결혼 생활에는 단점이 되는 아이러니는 어떤가.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라 매력적으로 느꼈던 남자 친구의 장점이 남편이 되자 밖으로만 나돌아 오히려 외롭다는 호소로 이어진다. 야근과 구조조정도 함께 견딘 돈독했던 동료 사이가 단돈 10만원 축의금 때문에 멀어지는 게 인간사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게 이것뿐일까. 잘나 보여도 어딘가 고장 나 있는 게 인간이다.
‘버나드 쇼’ 같은 위대한 문학가조차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쓰지 않았나.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가끔 길을 잃고 헤맨다. 늘 초행길인 인생에서 우리에게 완벽한 지도는 없다. 오히려 잘못 들어선 길이 좋은 지도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내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다고 자책 말자. 갈팡질팡 사이 적당과 적정도 최선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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