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사퇴 궁지 몰린 바이든… ‘실기’ 누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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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어제, 진짜 관심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의 상대가 누구냐였다.
현재로선 당연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하지만 세 번째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백악관 밖에서 치료 중인 81세 바이든은 후보직 포기를 강하게 압박받고 있다.
민주당의 대모 격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총대를 멨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돌아선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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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어제, 진짜 관심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의 상대가 누구냐였다. 현재로선 당연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하지만 세 번째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백악관 밖에서 치료 중인 81세 바이든은 후보직 포기를 강하게 압박받고 있다. 민주당의 대모 격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총대를 멨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돌아선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젠 백악관 참모들까지 ‘결심 임박설’을 말하고 있다.
▷1968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여론 악화를 이유로 중도 하차한 전례가 있기는 하다. 다만, 3월 말 결단이었다는 점에서 대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닥친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묻게 된다. 왜 백악관은 당연해 보이는 불출마 가능성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걸까. 1년 전 여름 바이든은 충분히 노쇠해 있었다. 프롬프터 없는 연설에선 논리정연함도, 단단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바이든을 좋아하는 이들의 불출마 촉구가 그때부터 터져 나왔다.
▷백악관 참모들은 감추기에 급급했다. 바이든은 번번이 걸려 넘어졌고, 이름을 헷갈렸다. 그럴 때면 대통령의 일정과 카메라 노출을 줄였다. 참모들은 올봄까지도 “내부 회의 때 바이든은 날카롭고, 디테일에 강하다. 그걸 몰라준다”며 방어벽을 쳤다. 라디오 인터뷰에 응하면서 앵커에게 질문을 미리 제공한 것이 드러난 최근 해프닝도 보좌 실패의 작은 사례다. 바이든 곁 참모들이 진실을 가리면서 바이든은 궁지에 몰렸고, 민주당은 경선을 준비할 시간을 잃었다.
▷언론도 제 역할이 미흡했다. 한국계인 특별검사 로버트 허가 올 2월 “바이든은 기억력 나쁜 노인”이라고 보고서에 썼다. 5시간 대면 조사의 결과였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특검 발표는 새로울 게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원래 말을 더듬지 않느냐”며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6월 말 첫 TV 토론 직후 “바이든은 후보에서 물러나라”는 사설을 쓴 뉴욕타임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동안 건강 상태를 지적했지만 “문제없다”는 백악관 반론을 매우 충실히 싣는 바람에 독자는 판단이 어려웠다.
▷바이든이 만약 7월 중 물러나더라도 실기(失機)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 본인 몫이다. 그는 닷새 전 NBC 인터뷰에서 “여전히 출마한다”고 했는데, 정확한 현실 진단을 못 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큰 영향력을 지녔다는 질 여사도 남편의 명예를 지키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바이든은 출마를 강행해 트럼프를 이기거나, 깨끗이 양보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원래 남의 바둑 훈수는 쉬워도, 자기 수는 안 보이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좋은 훈수꾼이 곁에 없었다. 남 탓 할 일이 아니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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