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적인 페라자까지 따봉을 날렸다… KIA 구세주 등장, 내년 선발 경쟁 벌써 시작됐다

김태우 기자 2024. 7. 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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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첫 선발 경기였던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인상적인 투구로 승리투수가 된 KIA 김도현 ⓒKIA타이거즈
▲ 김도현의 등장은 위기에 빠졌던 KIA를 구해내는 구세주 같은 활약이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한화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는 1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4회 선두타자로 나섰으나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2B-2S의 카운트에서 5구째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하고 물러났다.

페라자는 헛스윙 이후 타석을 벗어나면서 마운드에 서 있는 한 투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더그아웃으로 퇴장했다. 물론 상대에 대한 존중도 있겠지만, 헛스윙 직후 연결되는 동작이라는 점에서 이 투수의 이 변화구가 진심으로 좋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는 김도현(24)이었다. 어쩌면 열흘 전까지만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김도현이 그 마운드에 서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었다.

2022년 한화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김도현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제대해 본격적으로 전력에 가세했다. 당초 캠프를 함께 치르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에 큰 기대는 없었다. 올해보다는 내년, 전반기보다는 후반기를 바라보던 선수였다. 하지만 군 복무 기간 동안 성실하게 몸을 만든 김도현은 예상보다 빨리 전력화됐고, 다양한 보직에서 뛰며 몸을 예열했다.

입대 전보다 구속이 훨씬 늘어 있었다. 현역으로 다녀왔다는 점에서 체계적으로 트레이닝을 하기도 어려운 여건인데 놀랄 정도로 공이 빨라졌다. 시속 140㎞대 초·중반이었던 구속이 150㎞를 웃도는 파이어볼러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범호 KIA 감독도 김도현이 필승조는 물론 더 좋은 보직을 할 수도 있는 선수라며 더 욕심을 내길 바랐다. 그런데 여기서 윤영철의 허리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가 나왔고, KIA는 김도현에게 기회를 주며 그를 실험대에 올렸다.

당초 윤영철의 부상 공백이 짧다면 김건국을 대체 선발로 쓸 생각이었지만, 윤영철이 최소 한 달 이상 결장함에 따라 아예 미래를 내다보고 김도현에게 선발을 맡겼다. KIA에 없는 우완 파이어볼러 선발 자원이라는 점에서 아예 내년 로테이션 경쟁까지 시킬 요량이었다. 갑작스러운 선발 등판이었지만 김도현은 첫 단추를 잘 꿰며 희망을 불어넣었다.

김도현은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동안 68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호투를 선보이며 감격적인 선발승을 따냈다. 김도현의 마지막 선발승은 2020년 10월 7일 광주 KIA전으로 무려 1380일 만의 선발승이었다. 이날 김도현은 최고 구속 153㎞, 평균 151㎞의 포심(24구) 물론 투심(5구), 커브(14구), 슬라이더(15구), 체인지업(10구)까지 고루 던지며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를 잘 피해갔다.

당초 60~70구 정도 투구가 예정되어 있었던 김도현은 이날 효율적인 피칭으로 5이닝을 버틴 끝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물론 아직 선발로 빌드업이 된 건 아니라 4~5회 들어 구속이 약간 떨어지는 경향도 있었지만 그래도 볼넷을 주지 않고 공격적인 승부를 한 끝에 결국 5이닝을 버틸 수 있었다. KIA가 1승은 물론, 김도현이라는 하나의 가능성도 같이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경기였다.

▲ 김도현이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내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놓고도 경쟁할 수 있다 ⓒKIA타이거즈

경기 후 김도현은 페라자의 ‘따봉’을 봤느냐는 질문에 “나는 못 봤다.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집에 가서 다시 봐야 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으면서 “그 타석이 진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만큼 모든 것을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김도현은 “친정 팀을 상대로 계속 던지고 있는데 그래도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서 나로서는 좋다. 친정 팀이라고 해도 똑같이 상대하려고 했고, 더 잘 던져야지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한 이닝, 한 이닝 끊어가자는 생각만 했다”고 돌아봤다.

선발 전향 통보를 받은 뒤에 대해서는 “만약 내가 2군에 있다가 이제 선발을 던진다고 했다면 조금 많이 긴장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계속 1군에 있었고 경기에 적응하던 시간이 있어서 긴장은 많이 안 됐다. 일단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그런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60개로 긴 이닝을 던지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냥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하자 그랬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경기 후 "김도현이 오랜만에 선발로 등판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 주었다. 당초 예정은 60개였으나 투구수가 좀 여유가 있어 보여 5회까지 맡겼다. 어제 불펜 투수 기용이 많았기 오늘 투수 운용이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도현이가 불펜 부담을 많이 덜어준 경기었다"면서 "선발승을 따 낸것을 축하하고, 앞으로 선발의 한 축을 잘 담당해 주길 바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펜과 선발에 대해 김도현은 “내가 생각하기에 불펜보다는 선발 체질 쪽인 것 같다. 선발도 해보고 싶고, 불펜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으니까 선발 쪽으로 많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내년 선발 로테이션을 놓고 경쟁이 시작됐고, 김도현이 그 경쟁 속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의리가 시즌 중반에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도현은 KIA에 거의 없는 우완 빠른 공 선발 유형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어필해야 할 때다. 김도현은 “감독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나도 잘 준비해서 어떻게든 자리를 차지해야 할 것 같다”면서 “다 좋은 선수지만 여기서도 경쟁을 해야 한다. 나도 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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