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넘버원'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80세로 별세(종합3보)
'대나무 외교' 주창하며 대미 관계 개선 앞장…反부패 바람 일으키기도
(하노이·방콕=연합뉴스) 박진형 강종훈 특파원 =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0세.
베트남 공산당은 성명을 내고 쫑 서기장이 이날 오후 1시 38분에 하노이의 108중앙군사병원에서 별세했으며, 사인은 고령과 오랜 중병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질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성명은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회, 또 럼 국가주석, 정부 등이 쫑 서기장의 국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쫑 서기장은 최근 몇 달 동안 최고위급 회의에 몇 차례 불참하는 등 건강 문제를 겪어 왔다.
지난달에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짧은 만남에서도 극히 노쇠한 모습을 보여 건강 이상설을 증폭시켰다.
전날 공산당은 쫑 서기장이 건강 문제로 치료에 집중하기로 함에 따라 럼 주석이 업무를 임시로 대신하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쫑 서기장에게 베트남 최고 훈장인 금성훈장(Gold Star Order)을 수여한다고 이례적으로 발표, 조만간 쫑 서기장의 신변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1944년 수도 하노이에서 태어난 쫑 서기장은 1967년 하노이종합대학(현 하노이인문사회대)을 졸업했고, 공산당 기관지와 당 이념 관련 부서 등에서 일했다.
1981∼1983년 구 소련에 유학, 소련 사회과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공산당 기관지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이후 하노이시 당 부서기, 하노이시 당 서기 등을 거쳐 2006년에 국회의장이 됐다.
2011년에는 베트남 최고 권좌인 당 서기장 직에 올랐고 2016년에 이어 2021년 3연임에 성공, 14년간 권좌에 머무르면서 베트남전이 끝난 1975년 이후 최장수 서기장이 됐다.
쫑 서기장은 대체로 무리수를 두지 않는 학자풍의 온건 중도파로 당을 대표하는 사회주의 이론가로 평가받아 왔다.
그는 특히 국영기업이 구심체가 돼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Socialist-oriented market economy)라는 개념과 용어를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 소련 유학파인 그가 당초 서기장 직에 오르자 베트남이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쫑 서기장은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대외 경제 개방을 강력히 추진했다.
특히 2015년에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으로는 처음으로 옛 전쟁 상대인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결국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동반자 단계까지 격상시키면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했다.
이처럼 주요국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외교 정책을 놓고 쫑 서기장은 베트남 외교가 강한 뿌리, 튼튼한 줄기, 유연한 가지를 가진 대나무와 같아야 한다고 강조, 실용적인 '대나무 외교' 기조를 천명했다.
2014년 10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쫑 서기장은 최근 수년간에는 '불타는 용광로'로 불리는 대대적인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일으켜 공산당·정부 간부와 기업인 등 수천 명을 구속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에는 응우옌 쑤언 푹 당시 국가주석과 팜 빈 민·부 득 담 등 부총리 2명이 급작스럽게 물러났다.
이어 올해에도 보 반 트엉 주석과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 쯔엉 티 마이 당 조직부장 등 차기 지도자 후보군으로 꼽히던 인사들이 전격 사임했다.
이런 지도부 공백 상태로 그간 투자 대상으로 베트남의 강점이었던 정치적 안정성이 퇴색하면서 '탈(脫)중국'을 위해 베트남 진출을 노리던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쫑 서기장의 별세 소식에 베트남 당국은 전국적으로 콘서트 등 각종 행사를 취소하며 국가적 애도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도 쫑 서기장의 별세 뉴스에 깊은 애도를 나타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베트남과 경제적으로 가까운 한국에서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인을 대표해 부호 주한 베트남 대사에게 애도 서한을 보냈다고 대한상의가 전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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