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법원, ‘간첩 혐의’ 미국인 기자 16년형 선고···“부당한 체포”

조문희 기자 2024. 7. 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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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러시아 취재 중 간첩 혐의로 억류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가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법정에서 판결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법원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에 대해 징역 16년 형을 선고했다.

AP, DPA 등은 러시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러시아 법원이 이같이 판결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검찰은 18년 징역 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에서 2년 줄었다.

게르시코비치는 지난해 3월29일 우랄산맥 인근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취재 도중 체포됐다. 러시아 검찰은 그가 미 중앙정보국(CIA) 지시로 비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하지만 별도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게르시코비치 본인과 미 당국은 꾸준히 혐의를 부인해 왔다.

게르시코비치는 미국으로 이주한 러시아인 부모 아래서 태어났으며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냉전 이후 미국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AP는 게르시코비치 재판 결과가 “모스크바와 워싱턴 간의 죄수 교환 길을 열어줬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언론인을 포함한 미국 시민을 구금하고 형량을 과하게 책정해 미국 내지 서방 국가에 갇힌 자국 죄수와의 교환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 정보기관 출신으로 독일에 수감 중인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와 게르시코비치의 맞교환을 올해 초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시코프는 2019년 베를린에서 조지아 출신 전 체첸 반군 지도자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WSJ은 “477일에 걸친 에반의 부당한 체포는 분노를 일으켰으며, 이제는 끝내야 한다. 우리는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며 “에반은 기자로서 일을 하고 있었고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 당장 그를 집으로 돌려 보내라”고 했다. 미국 국무부도 “게르슈코비치의 구금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의 석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다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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