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 늦추려 노력…황당한 지시 거부했다 죽을 뻔”
[앵커]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 근무하다가 탈북한 리일규 전 참사는 쿠바와 한국의 수교를 막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방해 활동을 펼쳤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의 무리한 지시를 거부했다가 죽을 뻔 했다면서 불량 국가를 대변해야하는 외교관으로서 느낀 고통을 털어놨습니다.
유호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월 신임 쿠바 대사가 북한 당국에 신임장을 제출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북한에 신임 대사가 부임한 건 중국, 몽골에 이어 쿠바가 세 번째였습니다.
리일규 전 참사는 탈북하기 전 자신이 이 일을 맡아 성사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북한이) 중국 대사 받으면서 (당국에서) 그 지시가 떨어졌거든요. 이건 관례화시키지 마라,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신임 대사를) 받은 거다, 이런 식으로 왔는데 그게 제가 제기를 했죠. 무조건 이 사람은 좀 받자."]
한국과 쿠바의 수교가 임박한 걸 감지하고 이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쿠바의 신임 대사 부임 요청을 들어줬다는 겁니다.
이를 포함해 북한 대사관의 여러 방해 활동 때문에 한국과 쿠바의 수교가 몇 달이나마 늦춰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쿠바 근무 당시 본국에서 황당한 지시도 받았습니다.
2022년 코로나19 북한 유입이 '대북전단' 때문이라는 김여정 부부장의 억지 비난 직후, 쿠바 정부가 이에 동조하는 성명을 내도록 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겁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한국을 격하하는 (쿠바의) 정부적인 규탄 성명 발표하게 하라는 지시가 하달이 됐어요. 일반 시민단체가 (대북전단) 보낸 걸 가지고 쿠바 정부가 시민단체를 상대로 해서 정부 성명을 내라 이건 말이 안 된다 이렇게 해서 묶어서 (북한에) 보고를 했죠."]
그러자 강한 질책이 돌아왔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그때 제가 죽을 뻔했어요. 이 패배주의자 뭐 이렇게 해가지고. 굉장히 지적이 떨어졌죠."]
이렇듯 북한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일하며 받은 심리적 고통도 탈북 동기가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외교관의 긍지가 뭔 줄 아세요? 자기가 업고 있는 나라가 자기 긍지입니다. 못 살기만 했으면 또 동정이라도 얻죠. 정말 온갖 불량 행위를 다 하는 그런 불량배 국가 외교관인 거예요."]
온갖 방해로도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막을 수 없었듯, 체제 불만에 따른 엘리트 계층의 탈북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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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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