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에 수사권 없으니 죄 안된다?… “법 개정 취지 돌아봐야” [채 상병 순직 1주기]
유경민 2024. 7. 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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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9일 해병대 채모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순직한 지 1년이 흘렀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경찰로 이첩된 채 상병 사건 자료를 회수하고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정 군사법원법상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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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9일 해병대 채모 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순직한 지 1년이 흘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사건을 군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빼는 등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경찰로 이첩된 채 상병 사건 자료를 회수하고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정 군사법원법상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군의 사건 은폐 시도를 막고자 한 법 개정의 취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 개정된 군사법원법은 군대 내에서 벌어진 △성범죄 △과실치사 등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 △입대 전 범죄는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이 3대 범죄를 인지한 경우 경찰청 등에 지체 없이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채 상병을 순직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3대 범죄에 해당한다.
이렇게 군사법원법이 개정된 배경에는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이 있다. 상관의 성폭력과 군의 사건 은폐로 이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군대 내에서 가해자를 감싸는 관행이 문제가 됐고, 국회에서는 군대 내 수사기관과 군사법원이 사건을 은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군사법원법을 개정했다.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은 이 법을 근거로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수사권을 전제로 하는 ‘수사 외압’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경북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8일에도 이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사건 초동 조사를 마치고 경찰에 사건 자료를 이첩했는데, 이 자료를 회수·재검토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고발돼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경우 성립한다. 군에 수사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전 장관의 행위는 ‘수사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 전 장관 측 입장이다. 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는 수사가 아닌 ‘초동 조사’로 이에 대한 지휘는 장관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일각에서는 군사법원법의 입법 취지를 생각했을 때 이 전 장관의 사건 기록 회수 지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법무관 출신 류관석 변호사(법무법인 공유)는 “군에서 이첩하기로 결정한 다음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사건 자료를 회수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군이 혐의자를 기록한 사건인계서를 보냈으면 경찰에서 따로 조사해서 판단하면 되는 건데, 그 기록을 (회수하는 건) 은폐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심제원 변호사(법무법인 여기)는 “군이 3대 사건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입법자의 취지였다면, 군을 (수사) 초기부터 배제하기로 한 것이니 이 전 장관이 지시를 안 하는 게 맞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회에서 발의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군사법원의 재판권을 조기에 배제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이 전 장관 측의 주장도 법률상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법원은 군이 사건을 은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법원법을 개정했다는 입법 취지도 고려해 판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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