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 시행, 유령 영아 비극 막을까? [현미경]
김경호 기자>
뉴스의 숨은 이야기까지 확대해 보여드립니다.
지난해 6월, 세상에 알려진 수원 영아 시신 냉장고 유기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출생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그것도 냉장고에서 발견된 건데요.
유령 영아들은 이후 정부와 지자체, 경찰 조사에서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산 채로 야산에 생매장된 남자 아이, 담요에 덮여 방치돼 숨이 멎은 아이,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아이 등 수많은 유령 영아들이 뒤늦게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지난해 7월 기준, 정부가 파악한 유령 영아는 2천1백여 명으로, 지자체와 경찰 조사 결과 이 가운데 2백49명의 아이가 사망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아이들을 지키려는 시도는 없었을까?
부득이한 사정으로 직접 양육할 수 없을 때 아이를 위탁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회 두 곳이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곳에 아이를 두면 센서가 울려 교회 내부에서 위탁 사실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회 측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긴 산모와 만나 직접 양육하거나 입양할 것을 설득합니다.
그럼에도 산모가 출생신고와 그로 인한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보육원으로 보내집니다.
베이비박스는 위기 영아를 세상과 이어주는 마지막 동아줄인 셈입니다.
인터뷰> 황민숙 /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 센터장
"주변에 사람은 없고 굴비 상자에 아기가 있던 거죠. 생선 냄새가 나니까 고양이들이 달려들었을 거 아니에요. 아이를 얼른 안고 올라왔는데 저체온증이었어요. 이러다 밖에서 많은 아기가 죽겠구나 싶었는데 마침 외신에서 체코의 베이비박스 기사를 보고 (한국에도 만든 거죠.)"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체 유령 영아 2천1백여 명 가운데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는 601명에 불과한데요.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지자체가 아이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인원은 8백여 명에 달했습니다.
모든 아이가 처음부터 출생 등록되고 복지 제도의 보호를 받았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겁니다.
정부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시행하려는 이유인데요.
반면 가명 출산과 입양을 허용하는 보호출산제는 부모에게 양육 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는 모든 아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며, 보호출산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전화인터뷰> 연취현 / 변호사
"출산이나 양육의 어려움으로 인해 아이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가 지켜질 수 있도록 어떤 형태로든 양육될 수 있도록 국가로서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보호출산제의 취지이고요."
위기임산부는 보호출산 신청 전 정부의 양육 지원에 대한 상담을 반드시 받아야 하고, 출산 후에는 숙려기간을 갖게 됩니다.
양육 의지를 높이고 친권 포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건데요.
앞서 보호출산제의 모태가 된 베이비박스 사례를 보면 상담 이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 아이는 24%로, 적지 않은 산모가 상담 이후 마음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뉴스 확대해보기, 현미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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