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美 출장 기간에 매일 보고?"…황재복 SPC 대표 진술 신빙성 '도마'

황재복, 시점·인원 '오락가락' 진술…어용노조 보고도 사실 아냐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의 노조 탈퇴를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 변호인 측이 증인으로 나선 황재복 SPC 대표의 진술의 신빙성을 걸고 넘어졌다. 노조 탈퇴 종용이 본인의 단독 행동이라고 진술해 왔던 황 대표는 검찰 조사가 몇 차례 진행된 후 사실 허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번복한 바 있다. 허 회장 변호인 측은 황 대표가 번복한 진술 내용이 시점 등 구체적인 부분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허영인 SPC 회장.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조승우)는 19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의 4차 공판에 황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황 대표는 이 사건의 공동피고인지만 변론 분리를 통해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허 회장은 황 대표 등과 함께 지난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 570여 명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 됐다. 2019년 7월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시키기 위해 한국노총 산하 PB파트너즈 노무 총괄 전무 정 모 씨와 공모해 PB파트너즈 노조 조합원 모집 활동을 지원한 혐의도 받는다.

이러한 탈퇴 종용 작업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황 대표는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노조 파괴 행위가 자신의 단독 범행이었다고 주장하다가, 지난 3월 구속된 이후엔 허 회장의 지시로 벌인 행위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날 공판에선 번복한 황 대표 진술의 신빙성이 도마에 올랐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가 어긋난 듯 보이는 황 대표 발언을 조목조목 짚으며 집중적인 신문을 진행했다.

첫 번째 쟁점은 황 대표가 주장하는 허 회장의 노조 파괴 지시 시점이다. 황 대표는 지난 2021년 1월 말 허 회장에게 관련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일 진행되는 파라바게뜨 지회의 시위를 참지 못하고 허 회장이 '노조원 수를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 회장 측 변호인에 따르면 황 대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1 2월 6일까지 약 1년 4개월간 시위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증인 진술에 의하면 노사 합의 체결 후 약 1년 4개월간 시위가 없었다. 그런데 허 회장이 갑자기 시위 이이기를 하면서 노조를 와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황 대표는 이날 증인 신문에서 1월 말 허 회장으로부터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의 탈퇴 종용 지시를 받았고, 2월 4일 경영회의가 있는 날 관련 임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앞선 검찰 조사 진술에서는 2월 11일 관련 내용을 임원들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2021년 2월 11일은 당시 설 연휴다. 또 그가 허 회장 지시를 전달하는 회의에 참석했다고 언급한 이사들 중 일부는 해당 시점에 회사에 합류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 황 대표는 허 회장에게 노조원 탈퇴 현황을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주말을 포함해 매일 보고했다고 진술했는데, 허 회장은 3월 22일부터 4월 22일까지 장기 미국 출장 중이었다.

이러한 오류에 대해 황 대표는 "착각으로 잘못 진술한 것 같다"는 취지로 해명하면서도 "1월 말 허 회장에게 노조 파괴 지시를 받은 것은 정확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 회장 변호인 측은 "정확한 기억이 아닌데도 정확하다고 진술하는 것도 위증에 해당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황 대표가 1월에 집회·시위가 없었다 기억한다고 했는데, 당시 민주노총 화섬노조의 시위는 있었다. 여기에 파리바게뜨 지회가 참석했다"며 "관련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PB파트너스 설립 당시 허 회장에게 '사측에 친화적인 어용노조'라고 보고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그렇게 진술했지만, 나중에 잘못 말한 것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