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발 'IT 대란'... 전 세계 항공·금융·통신, 한꺼번에 마비됐다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 사상 초유 사태]
미국·유럽·아시아 등 항공기 결항·수속 지연
런던증권거래소 등 각국 금융기관에도 피해
파리올림픽조직위 "IT 타격... 비상대책 가동"
"MS 이용자 다수, '죽음의 블루스크린' 경험"

이스타항공 홈페이지에 19일 '서비스 점검 중'이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이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애가 발생하면서 한국에서도 일부 저비용항공사(LCC)의 발권·예약 시스템이 지연됐다. 뉴시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전 세계 곳곳에서 MS의 윈도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교통·방송·금융·의료 전산망이 동시다발로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글로벌 IT(정보기술) 대란'의 원인은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패치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 탓이었다. 한국에서도 일부 저비용항공사(LCC)의 발권·예약 시스템, 온라인 게임 서버가 멈추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영국 방송 뉴스 중단... 독일 병원, 수술 취소

19일 미국 AP통신과 영국 로이터통신, 일본 NHK방송 등 각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IT 대란은 이날 오전(중앙유럽표준시 기준) 주요 공항 및 항공사의 시스템 장애로 결항 사태가 속출하며 본격화했다. 미국의 대부분 항공사는 항공편 탑승 수속 및 예약 차질로 항공편 운항을 취소하거나 이륙 시간을 연기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의 모든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홍콩국제공항에 19일 발생한 시스템 장애로 홍콩익스프레스 승객들이 수속 카운터에 줄을 선 채 대기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공항·항공사의 피해도 잇따랐다. 독일 베를린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벨기에 자벤텀 국제공항, 스페인 전역의 공항도 시스템 장애의 영향을 받아 혼선이 빚어졌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평소보다 훨씬 긴 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방송과 통신, 의료 분야의 차질도 이어졌다. 영국 방송사인 스카이뉴스는 이날 오전 "생방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프랑스 TF1 방송도 "거대한 방송 시스템 장애"를 공지했다. 호주의 주요 방송사 및 이동통신사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대학병원에선 IT 문제로 수술을 취소하고, 응급실을 폐쇄하는 일도 벌어졌다.

호주선 결제 시스템 '먹통'... "상점 운영 중단"

금융기관도 IT 대란을 피하지 못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는 이날 플랫폼 오류로 증시 주요 지수 산정을 평소보다 20분 늦게 시작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권거래소에서도 32분간 증시 지수 산정이 지연됐다. 호주에선 주요 은행들의 시스템 장애에 이어, 결제 시스템마저 먹통이 돼 슈퍼마켓이나 주유소의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개막(24일)이 코앞인 2024 프랑스 파리 하계올림픽에도 여파가 미쳤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IT 시스템 타격으로 비상 대책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USJ 내 모든 레스토랑 영업 중단

아시아에서도 난리가 났다. 일본 나리타공항은 제트스타, 제주항공, 홍콩익스프레스 등 다수 항공사에 시스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본 오사카를 대표하는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 장애로 모든 레스토랑과 기념품 판매점의 영업을 중단했다. 인도 델리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서비스 일부가 중단됐다.

이번 IT 대란에서는 전 세계 MS 사용자의 상당수가 이른바 '죽음의 블루 스크린(BSOD)'을 경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BSOD는 별다른 전조 없이 '치명적 오류 발생' 등 메시지와 함께 화면 전체가 파란색으로 변하며 먹통이 되는 현상을 뜻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보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사상 최대 규모의 IT 중단 사태"라고 표현했다. MS는 로이터에 "서비스상 문제를 조치 중"이라며 "MS 365 애플리케이션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