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청문회 '제자리 공방'…임성근, 부대방문 사진에도 "이종호 누군지 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국민청원' 청문회에서 여야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서로 증인을 추궁하는 난타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해병대 1사단 방문 사진을 공개하며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집중 조명했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02-800-7070' 통화기록에 대해 집요하게 질의했다. 그러나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를 모른다"고, 이 전 장관도 "누구와 통화했는지 밝힐 수 없다"고 일관하면서 청문회는 예상대로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19일 오후 이어진 청문회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이 전 대표, 송모 씨 등 '멋진해병 단톡방' 멤버들과 함께 해병대 1사단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하며 "이 씨, 송 씨가 함께 본인(임 전 사단장)이 지휘한 훈련을 지켜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단톡방은 이 전 대표의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을 공익제보한 김규현 변호사가 속한 단톡방이다. 김 변호사는 앞서 이 전 대표가 통화에서 'VIP에게 임성근 구명을 부탁했다', '김계환 사령관에게 별 4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장 의원은 "그래서 이 씨가 '김계환 사령관에게 별 4개 달아주고, 임성근 사단장에게 별 3개 달아주고' 이런 말을 한 것 아니냐. 그 이후에 골프 모임 단톡방이 생긴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이 전부터 관계를 맺은 정황을 통해 '구명로비' 의혹의 신빙성을 주장한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모른다. 언론에 나온 뒤에야 '저런 분이 계셨구나' 하고 알게 됐다"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장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 대해 "훈련 당시 저는 배 안에 탑승해 있었다"며 "이 씨는 모르고, 송 씨의 경우 훈련을 마친 뒤 1달∼2달 후에 나에게 '(부대에) 다녀왔다'고 얘기해 줘 방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김계환) 사령관이 누군가와 함께 부대를 방문했는데 누구와 함께 온 건지 확인을 안 했다는 것인가"라고 임 전 사단장을 압박했지만, 임 전 사단장은 그에 대해서도 "사령관님이 오신 건 알지만 옆에 민간인이 누가 왔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진원지로 지목된 '02-800-7070' 전화번호가 누구의 것인지 따지는 질문도 오전에 이어 계속됐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이 당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당 번호를 통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전 장관을 향해 "이게 대통령 경호처 번호라고 알려져 있는데 보니까 대통령이 직접 통화한 것 같더라", "대통령 전화 받은 것 맞나"라고 물었다.
이 전 장관은 "(전화를 한 이가) 누구인지, 어떤 내용을 대화했는지 말씀드릴 수 없다",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전 장관이 해당 번호와 통화종료 후) 8초 만에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해서 브리핑 취소시키고 이첩보류시켰다"며 "(대통령이) 맞으니까 얘기 못하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장관이 그럼에도 "누구랑 통화했단 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 일관하자, 민주당 측에선 정 위원장까지 나서 "답변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데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뭔가", "대통령과의 통화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거 아닌가"라고 공세를 폈다.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을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참모와 어떤 내용을 어떤 대화를 했는지 그런 걸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대통령과 통화했나 안 했나" 수차례 이 전 장관을 추가 압박했지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과 통화라는 그 자체도 제가 말씀드리지 않겠다"고만 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이후 다시 "02-800-7070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자였나 남자였나"라며 "김건희 여사한테 받았나"라고 의혹 제기성 질문을 했다. 두 사람은 "대통령인가", "답변드리지 않겠다"는 같은 질문과 답변을 7차례나 반복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에 대해 공세를 집중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 유상범 의원은 "군사경찰에게 사망사건, 성폭력 사건, 그다음에 입대 전 사건에 대해서는 군사 경찰이 아예 수사를 하지마라, 그래서 사망사건에 범죄혐의가 있는 정황만 발견되면 바로 (민간에) 이첩을 하도록 그렇게 법이 만들어졌다"며 "지금 박정훈 대령은 명백히 군사법원법에 있는 법률 규정과는 전혀 반하는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 대령 측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가 발언을 신청해 "국방부 장관 명령이 이첩 방식을 피의자라고 적으라고 했다", "국방부 장관의 훈령이 잘못됐기 때문에 박정훈 대령이 수사한 것처럼 보인 것"이라며 "(박 대령은) 장관의 명령에 따라 8명을 적었는데 (이 전 장관이) 그것에 대해서 이첩을 보류하라고 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임 전 사단장은 청문회 도중 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휴대전화 제출 요구를 받은 직후 누군가에게 "법적으로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민주당 의원들이 "누구와 상의하기 위해 문자를 보낸 것인가"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은 "제 사촌동생, 법조인에게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정 위원장은 "현직 검사인가" 물으며 "청문회 중에 현직 검사하고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조력을 받아도 되는 건가"라고 이를 문제삼고는 정회까지 선포했다.
정 위원장은 10분간 정회 뒤 속개된 회의에서 "그 검사의 실명을 제가 확인했다"며 "현직 행정부 공무원인 검사와 청문회장에서 실시간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행위는 증감법 위반이고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간사인 유 의원이 항의하자 정 위원장은 "유 의원이 위원장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으라"고 면박을 줬다.
정 위원장은 오후 청문회 과정에서 '이번 청문회는 불법'이라고 주장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곽규택 의원 등과도 설전을 벌였다. 그는 특히 곽 의원이 항의의 표시로 본인을 응시하자 "뭘 쳐다보나, 그렇게 불만이 많나"라며 "국회법 145 조 2항에 의해서 곽 의원의 발언권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폭력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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