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서이초 사건 이후 1년…교육현장 얼마나 달라졌나
<출연 : 안채린 사회부 기자>
[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A/S입니다.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를 맞아 관련 내용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안채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생님이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주는 메시지가 큰 것 같습니다.
초기에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학교 일이 힘들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숨을 거둔 것 아니겠느냐 하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고요.
이후 교사의 일기장이 공개가 됐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에 00이(학생이름) 난리까지 겹쳤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었다, 숨이 막혔다'는 등의 문장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또 여러 자료를 통해 교사가 숨지기 전 이른바 '연필 사건'이라고 불리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학생들끼리 다투다 실수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입니다.
이후 피해·가해 학생 학부모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한 정황이 확인됐고요.
그 과정에서 동료 교사들에게 '지속적으로 학부모에게 연락이 오고 개인 휴대전화로도 문의가 오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또 고인이 2년 차 새내기 교사인데도 민원이 많은 1학년 담임을 맡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됐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들이 모여 교권침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지게 된 겁니다.
[앵커]
이 때문에 분노한 교사들이 매주 거리로 나왔다고 했는데, 많은 교사들이 함께 분노한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많은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가 겪었던 일을 본인 일처럼 여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집회 현장에서 교사들이 많이 했던 얘기가 '나는 올해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교사들 사이에서 악성 민원이나 교권침해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로 여겨지는데, 올해는 운이 좋아서 나는 이 같은 일을 겪지 않았지만 언제든 서이초 교사 같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앵커]
교사들은 당시 집회에서 주로 어떤 것들을 요구했나요?
[기자]
가장 큰 요구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에게 반성문을 적을 수 있게 하는 등 정당한 생활지도할 권리를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요.
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벗어나게 해달라, 민원 업무 등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이 같은 요구가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수업에 임하다 보면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줄어들기 때문에 이런 요구들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앵커]
앞서 기사에서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 법이 통과됐다고 했잖아요.
그 법에는 주로 어떤 내용이 담긴 건가요?
[기자]
교사들이 집회에서 요구한 것들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달 만인 지난해 9월에 교권 4법이 먼저 국회를 통과했고요.
아동학대처벌법이 이후 12월에 통과됐습니다.
이를 합쳐서 교권 5법이라고 하는데요.
화면에 보시는 것처럼 이 5개의 법을 교권 5법이라고 부릅니다.
각각이 하는 역할이 다르긴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고, 아동학대로 신고됐다는 이유만으로 수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등 교사 보호하는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앵커]
교사들이 요구했던 대로 법이 통과됐다는 건데요.
그런데 어제도 교원단체들은 집회를 열면서 추가 대책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 기자가 직접 가서 들어봤죠?
어떤 점이 아직도 문제라고 하나요?
[기자]
'정서적 아동학대'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을 보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상당히 모호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법을 개정해서 그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옵니다.
실제 몇 달 전 교사가 본인의 아이를 빼놓고 사진을 찍었다며 교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 학부모의 사례가 보도된 적 있었는데요.
그 학부모가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 전날인 그제,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처럼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도 소관부처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 교육활동 중 일어난 행위는 일절 아동학대로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교육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당장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법 개정을 두고 요구가 많아 보이는데요.
사실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죠.
법 말고도 교권 보호할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거 같은데, 어떤 대책이 있고 현장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지난해 8월에 교육부는 학생 생활지도 고시를 내놓으며 생활지도 범위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화면에 나온 것처럼 어떤 상황에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지를 명시해 둔 건데요.
예시로 적혀있는 것처럼 학생에게 주의를 줬는데도 문제 행동이 개선되지 않으면 훈육을 할 수 있고요.
훈육의 방법으로는 기준에 따라 문제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고시에 교사들이 할 수 있는 행위를 명시해두면서 아동학대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을 줄여 주려 한 겁니다.
[앵커]
설명을 들으면 꽤 도움이 될 듯한데요.
이 조치에 대한 교사들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교사의 권한을 명시해 행동의 근거를 마련해준 것 좋지만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말합니다.
이 생활지도 고시가 공개된 직후부터 계속 문제가 된 게 학생분리 조치인데요.
문제 학생을 교실 밖으로 분리할 수 있게 됐지만 이 학생을 어디로 보내서 누가 관리할 건지 전혀 나와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학교 자율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인데요.
문제 학생을 당장 분리해도 이 학생을 제대로 지도해 줄 사람도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선생님들은 적극적으로 분리 조치를 할 수 없게 되고요.
이는 결국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에 악영향 끼치는 것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앵커]
서이초 사건 이후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안 기자가 보기에 어떤 점이 보완돼야 이런 불만이 더 안 나올 것 같나요?
[기자]
교사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게 법 개정도 물론 필요하지만 인력과 예산 충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방금 말씀드린 학생 분리도 예산과 인력이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요.
서울교사노조는 서울시교육청 올해 예산 14조원 중 교권보호를 위한 예산은 80억원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이를 더 늘리거나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교사들의 노동환경도 학생들의 학습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안채린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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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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