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소 취소` 개인 부탁" 나경원 "모욕, 똑바로 말해라"…마지막 토론서 폭발
韓 "패트 투쟁 적극 지지하나, 羅는 개인 부탁"
羅 "前원내대표로 27명 대표했는데 날 모욕"
羅 "민주당과 부창부수" 韓 "법무 역할 조롱이 자해"
元 "대화폭로, 검사체질" 韓 "영부인 문자는?"
국민의힘 당권주자 간 마지막 방송토론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는 2019년 패스트트랙 투쟁 취지는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국회 충돌사건 '공소 취소 부탁'이 나경원 후보(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개인 차원'이었다고 못 박으며 재충돌했다.
'특검, 탄핵, 배신' 키워드로 공세를 펴 온 친윤(親윤석열)계 진영 원희룡 후보에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이명박 전 대통령 탈당 주장 과거가 있다며 "세번째는 안 그러겠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박, 극도로 멀어진 거리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원투표 첫날인 19일 오후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는 SBS에서 주관한 당대표 경선 6차 토론회에서 막판 지지자 결집을 위한 양보없는 기싸움, 수싸움을 벌였다. 한 후보와 나·원 후보 간 대치는 한층 격해졌다.
나 후보는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탁받은 패스트트랙 재판 공소 취소를)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자꾸 그러는데, 정권이 바뀌면 정치적 사안을 정리하고 상대 당도 해주는 것으로 안다"며 "진행 중인 재판은 공소 취소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당대표(후보) 입장으로서 당연히 그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며 "정치인으로서 당에서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 후보는 당시에 당직도 아닌 '개인 차원'에서 제게 부탁하신 거였다"면서 '사건 당사자'의 취하 요구는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다른 국민들이 자기 사건에 대해서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소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또 부탁 이전에 국민의힘 차원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상하거나, 재판 당사자들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그게 개인 차원이었나. 제가 제 것만 빼달라고 했나. 27명의 의원들이 기소됐고, 우리 걸 공소 취소하려면 야당 의원들도 같이 공소 취소해야 하니 같이 해달란 얘기 아니었나"라며 반발했다. 한 후보는 "네, 네, 개인차원이었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 똑바로 말하세요. 제가 개인 차원이라구요?", "저를 이렇게 모욕할 수 있나"라고 손짓하며 소리쳤다. "저는 전직 원내대표로서 (기소된) 27명의 의원과 보좌진을 대표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지만 한 후보는 수긍하지 않았다.
또 "개인 차원의 부탁이라고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분이 당대표가 된다면 정말 (국회법 위반 기소가 재발해도) 공소 취소를 요구할지 상당히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이 강행한 국회 법사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리스크와도 연결된 주장이다.
나 후보는 "한 후보는 늘 '좋은 것은 본인이 하셨고 나쁜 것은 남 탓'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토론하다 보니 느끼는데 정치를 오래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민주당·조국당과 부창부수한다. 이렇게 빌미를 주면 우리 당도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두번의 체포동의안을 직접 설명했고 민주당 이탈표를 끌어내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초유의 일"이라며 "그 이후 법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각했다 해서 법무장관으로서 역할을 폄훼·조롱하는 건 자해 행위"라고 반박했다.
반면 나 후보는 "(한동훈 법무부에서) 윤석열 정부가 기대한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가 아무것도 제대로 안 됐다. 이재명 전 대표 구속 여부도 제대로 진행 안 됐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친박근혜계 핵심 때) 항상 보안을 지켰고 끝까지 의리를 지키려고 했다"고 한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한 후보는 패스트트랙 재판 자체에 대해선 "참여한 분들을 존경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오랫동안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보좌관들도 재판을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어떤 지원을 해왔나"며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살펴 본 결과 당의 지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비 지원이 너무 적고, 상당히 오랜 기간 재판이 진행됨에도 사실상 (변호사들이) 무료봉사를 하고 계신다"면서 "당이 우선적으로 민주당과 협상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며 "제가 대표가 되면 그 부분에 우선순위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 후보는 "한 후보의 대화를 폭로하는 검사 체질이 고쳐지지 않으면 앞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아직도 자기는 검사, 상대방은 피의자로 보고 과거의 증거나 진술을 꺼내 제압하려는 방식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어 "한 후보는 (지난 1월)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를 받았을 때 대통령실 비서실장 실명을 공개하며 '당무 개입'이라고 했다"며 "대통령의 분신을 언론에 공개하고, '당무 개입'에 저항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데 대통령과 소통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과 대통령이 교환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다면 당의 기력 회복을 결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그러자 "저와 영부인 사이의 문자를 왜 폭로했나. 중요한 얘기"라며 김건희 여사가 1대 1로 보내온 문자, 자신의 답신 거부가 폭로된 경위로 의심했다.
원 후보는 또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형사재판을 두고 "(한 후보가) 자기가 공판 검사도 아니면서 구형 순간의 하이라이트를 받기 위해 일부러 법정에 들어가서 35년 구형"했다며 "보수 정권 대통령에 대해 너무나 잘 드는 잔인한 칼을 썼던 분이 지금 당내 정치 상황을 문제 삼는다"고 힐난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원 후보를 향해 "과거에 '박 대통령은 탄핵해야 한다'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탈당해야 한다'고 스스로 말했다"며 "유일하게 동지로 모셨던 대통령 두 분을 몰아내겠다고 한 분이다. 어떻게 세번째는 안 그러겠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 답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또 "2018년 제주지사 당선 직후 '문재인 정부 점수는 80점'이고 '박근혜 정부 점수는 마이너스'라고 했다"며 "윤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어떻게 믿느냐"고 했다. 이에 원 후보는 "늘 메신저를 공격하면서 자기만 빠져나가는 패턴이 너무 뻔해 이제 먹히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두분의 사례에서 집권여당이 분열하고, 예를 들어 탈당하면 우리 모두 망한다는 교훈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며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후보는 앞서의 충돌 과정에서 '지나치다'고 비판받은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나 후보에 대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를 다시 사과했고, 원 후보는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 임기를 겨눴던 '총선 고의 패배' 발언을 "아차 싶었다"며 거둬들였다. 이 가운데 나 후보는 한 후보의 '개인 차원 부탁' 고수에 "새빨간 거짓말"이자 "허위 음해"라고 SNS를 통해 비판을 이어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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