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약세 vs 버블 붕괴 조짐…"성급한 저가 매수 자제해야"[오미주]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이 18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조정을 받고 있지만 증시가 계절적 약세를 보이는 시기에 접어든 만큼 서둘러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비관론자는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전날(17일) 2.8% 급락하며 2022년 12월15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데 대해 2000년 3월 닷컴 버블 붕괴와 같은 기술주 급락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스닥지수는 18일에도 0.7%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의 전술적 전략가인 스콧 루브너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S&P500지수가 올들어 종가 기준 사상최고치를 38번 경신했는데 이는 지난 100년 동안 두번째로 많은 횟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1928년 이후 7월 첫 15거래일은 S&P500지수의 수익률이 가장 좋은 2주간이었지만 7월17일은 통상 상승 파티가 끝나는 날인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9월까지는 주가가 오르는 날이 줄면서 수익을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설명이다.
루브너는 올해 7월 첫 2주 동안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며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크게 높아져 있다며 "이는 이들 기업의 실적이 엄청나게 좋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징지수펀드)에 1달러를 투자하면 시총 상위 5개 종목에 29센트가 투자되지만 소형주지수인 러셀2000지수 ETF에 투자하면 0.5%를 초과해 투자되는 종목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음달인 8월은 일반적으로 "1년 중 증시에 최악인 달"이라며 "(3분기) 자금은 이미 (7월에) 투입됐기 때문에 예상되는 자금 유입이 없으며 일반적으로 8월에는 주식형 펀드와 ETF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루브너는 다음주부터 월가의 여름 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시장의 거래 유동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AI(인공지능) 수혜주는 2000년 닷컴 버블 때만큼 거품이 심하다며 기나긴 침체장을 맞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도 나왔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는 18일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때를 보면 역사적으로 소수 종목에 상승세가 초집중된 뒤에는 주가 폭락이 뒤따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5년부터 S&P500 동일 비중 대비 S&P500지수의 2년 이동(rolling) 초과 수익률을 표시한 차트를 제시하며 현재의 시장 집중도가 2000년 닷컴 버블 때만큼 심하다고 주장했다.
이 차트는 시가총액에 따라 편입 기업의 비중이 달라지는 S&P500지수에서 시총 비중이 높은 대형주의 상대적 수익률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올들어 S&P500지수는 17.1% 오른 반면 S&P500 편입 기업에 똑같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인베스코 S&P500 동일 비중 ETF(RSP)는 9.7% 상승했다.
S&P500지수가 S&P500 동일 비중 ETF에 비해 수익률이 더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시총 비중이 높은 대형주가 더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AI 낙관론자들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들의 급격한 이익 성장세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한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가 상승이라는 점이 현재 AI 붐과 닷컴 버블의 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드워즈는 닷컴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 네트워킹 장비회사인 시스코 시스템즈가 잠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닷컴 투자에서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자 네트워킹 장비 투자가 줄며 시스코 주가가 폭락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시스코도 엔비디아처럼 이익이 빠르게 늘었지만 미래 성장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되며 주가는 실적 성장세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
에드워즈는 "199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당시 닷컴 버블도 일부는 실질적인 설비 투자에 의한 이익 성장세로 촉발됐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투자는 과잉 설비 투자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금도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AI용 GPU(그래픽 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다른 반도체들, 서버, 전력 등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면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기대 만큼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AI 붐도 닷컴 버블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에드워즈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기술기업들의 순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이 커질 때처럼 과도하게 높아져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기술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애널리스트들의 낙관론이 나스닥100지수의 단기 수익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이 멈췄다는 것 자체로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드워즈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미국 경제가 나빠질 가능성이 증시에 거의 반영돼 있지 않아 리스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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