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김민재에 뉴진스까지, 쿠팡플레이 또 웃을까
쿠팡플레이가 7월31일과 8월3일 열리는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하프타임 무대의 주인공으로 각각 트와이스와 뉴진스를 확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다.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는 2022년부터 해외 스포츠 명문 구단을 초청해 이벤트 경기를 개최해왔다. 이번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와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이 한국을 찾아 국내 팬들 앞에서 대결을 펼친다.
쿠팡이 기획한 이 ‘빅 이벤트’는 오직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TV 채널에선 시청할 수 없다. 이처럼 TV 사업자가 아닌 OTT 사업자가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중계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스포츠를 보고 즐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관심 있는 경기를 보기 위해서 이용료를 내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최근 스포츠 중계권 시장의 ‘큰손’은 단연 OTT다. “OTT 사업자들은 유료 가입자 확보 전략으로 스포츠 콘텐츠에 주목하며 스포츠 중계권 시장의 적극 구매자로 등장”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내놓은 ‘OTT 사업자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따른 이용자 수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OTT 사업자들은 “신규 가입자 유치 및 이용자들의 실시간 참여, 높은 재방문율 등의 유도”를 위해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OTT 사업자가 스포츠에 관심을 두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스트리밍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지난 1월 미국 프로레슬링(WWE)의 주간 레슬링 쇼 ‘로우(RAW)’의 10년 독점 중계권을 약 50억 달러(약 6조 9000억원)에 사들였다. 이 같은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통해 OTT는 “팬덤 기반의 타겟 시청층을 구성”할 수 있으며, “종목 시즌 내내 콘텐츠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 가입자를 잡아두는 락인(Lock-in)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장르 특성상 실시간 중계 중 자연스러운 광고 노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최근 SVOD(구독형)에서 AVOD(광고형)로 전환 중인 OTT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티빙, 프로야구 중계 후 월 이용자 수 700만 돌파
그렇다면 실제 스포츠 중계가 OTT 이용률 증가에 영향을 미칠까. 노희윤 KISDI 전문연구원이 티빙, 쿠팡플레이, 스포티비 나우 등 국내 3개 사업자의 월간 이용자 수(MAU)를 분석한 결과, 모든 사업자에서 스포츠 중계를 통한 이용자 저변 확대와 신규 이용자 유입에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인기 스포츠 종목의 비(非)시즌 기간 가입자 이탈도 많은 편이어서 차별화된 오리지널콘텐츠 확보 등 이탈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은 2022년 5월 tvN 스포츠 채널을 개국한 이후 본격적으로 스포츠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며 다양한 종목의 중계권을 확보해왔다. 특히 올 초 프로야구(KBO) 디지털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그간 400~500만 사이였던 티빙의 MAU는 5월 기준 731만까지 증가했다. KBO 개막 이후인 2024년 3월~5월 3개월간 평균 MAU는 709.5만, 월간 신규설치 건수는 55.8만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 32.6%, 44.8% 증가 효과를 보였다.
넷플릭스가 2023년 1월 기준 1400만 이상이던 MAU가 올해 5월 기준 1100만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티빙은 올해 꾸준히 MAU가 증가하며 쿠팡플레이를 제치고 2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 넷플릭스와의 격차도 좁혔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전후 가입자 수 ‘출렁’
2020년 12월 OTT 시장에 진출한 쿠팡플레이는 업계 후발주자로서 국내 OTT 사업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스포츠 분야에 투자했다. K리그를 비롯한 축구 외에도 배구, 미식축구 등 다양한 종목의 중계권을 확보하며 지속적인 가입자 성장을 기록, 2022년 평균 380만 수준이던 MAU가 2024년 3월 기준 780만으로 크게 증가했다.
티빙과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2023-2024 시즌까지 티빙이 보유하고 있던 분데스리가 중계권을 2024-2025 시즌 단독 확보했으며, 현재 스포티비 및 스포티비 나우가 중계권을 가진 EPL도 2025-2026 시즌부터 6년간 중계권을 사들여 유료 가입자 수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2025년~2028년 아시아 축구 연맹(AFC) 주관 모든 경기에 대한 디지털 중계권 및 TV 재공급 권한도 확보했다.
특히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신규설치 건수와 이용자 유입률 증가에 크게 기여해왔는데, 곧 있을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 초청 시리즈에서도 가입자 수가 증가하며 다시 2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가 끝난 뒤 가입자 이탈이 많아진다는 점은 한계다. 보고서는 “오리지널 콘텐츠 수가 많지 않고 연계 TV 채널이 없는 쿠팡플레이는, 티빙보다 높은 평균 이탈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개최된 7월과 8월 이후 시점인 2023년 9월에도 38.0%의 이탈률을 기록했다.
스포츠 전문 OTT인 스포티비 나우 역시 시즌 여부에 따라 가입자 수가 크게 출렁인다. EPL 등 해외 축구 리그 경기가 종료되는 6월에는 신규설치 건수와 유입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시즌이 개막되는 시점인 8월과 9월에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식이다.
반면 티빙은 쿠팡플레이나 스포티비 나우에 비해 이탈률이 가장 완만한 편이었는데, 보고서는 “스포츠 콘텐츠 외에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타 사업자 대비 평균 이탈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중계권 출혈 경쟁, 이용자 부담으로…요금제 다양화 필요
이처럼 OTT 사업자들이 가입자 확보와 유지를 위해 스포츠 장르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인기 종목의 중계권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이도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비용 증가가 결과적으로 가입자의 구독료를 인상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면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비용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이미 3개 사업자 모두 요금을 인상한 바 있어, 추후 요금 인상이 계속된다면 OTT 이용자들의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스포츠 중계권료 상승으로 인한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스포츠 콘텐츠 비(非)이용자에게는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불합리한 요금체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최근 미국 프로 축구 리그(MLS) 중계권을 독점으로 확보한 애플TV+가 ‘MLS 시즌 패스’라는 별도의 요금제를 신설한 것처럼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지 않는 이용자를 위한 별도 요금제를 신설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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