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채' 칼 빼든 중국… "고부채·고레버리지 등 폐단 제거"
내수 침체 속 '경제 위기론' 인정
"'빚더미' 지방 정부에 세수 이양"
중국 당국이 그동안 경제 위기의 핵심으로 꼽혀 온 ‘부동산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칼을 빼 들기로 했다. 지난해 들어선 ‘시진핑 3기’ 체제의 향후 5년간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15~18일)에서 ‘구조조정’을 해법으로 채택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정한 개혁 과제를 2029년까지 완성한다는 새로운 이정표도 추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연임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 수요 확대"
19일 한원슈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판공실 일상공작 담당 부주임은 전날 폐막한 3중전회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20기 3중전회 정신을 관철하려면 부동산 발전 신모델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고(高)부채·고회전·고레버리지’라는 모델의 폐단을 없애고, 인민의 새로운 기대에 맞는 ‘좋은 집’을 만들어 강성(실거주 목적)·개선성(주거환경 개선 목적) 수요를 더 잘 충족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 부주임은 이를 위해 관련 융자·재정·세제·토지·판매 등 기초 제도를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현금 지원 중심의 빠른 해결책보다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고질적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부동산 문제는 중국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이 25%를 넘을 만큼, 지난 30년간 고도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지만 경기가 가라앉으며 최대 리스크가 됐다. 지난해 중국의 주요 부동산 투자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중국은 건설 부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건설 활동 감소는 내수 약화로 이어졌다.
한 부주임은 침체한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국내 수요, 특히 소비자 수요를 확대해야 하고, 국내 대순환의 내생 동력과 신뢰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내수 잠재력을 충분히 발굴해 초 대규모 시장이라는 이점을 활용하고, 소비의 기초적 작용과 투자의 핵심적 작용을 발휘해 경제가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양적으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부채난을 겪는 지방정부 문제를 두고는 현재 사실상 중앙에 집중된 세수·재정 권한을 지방에 일부 이양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이례적으로 경제 위기 인정"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도 인정했다. 한 부주임은 “주요 거시 지표가 기대에 부합하고 있지만, 동시에 일부 어려운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며 “유효 수요 부족, 일부 기업의 운영상 어려움, 일부 지역의 재정상 어려움 등은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고 지역·산업·기업 간 불균형이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간 중국 당국이 서구권의 ‘중국 경제위기론’에 맞서 ‘경제광명론’을 주창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언급은 이례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최고권력기구인 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서방이 문제점으로 지적해 온 부동산·지방정부 부채·지방은행 문제를 위험 요인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탕팡위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은 3중전회에서 내려진 당의 ‘결정’에 대해 “15개 분야, 60개 항목, 3개 섹션으로 나뉘며 300개 이상의 개혁 조치 제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날 공산당 지도부가 “3중전회에서 결정한 개혁 과제를 2029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점도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쑹원디 호주 국립대 아태학원 교수는 “시 주석이 (집권 연장 현실화 시) 자신의 4기 때인 2029년까지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라며 “4연임 신호를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8년 개헌으로 국가주석 3연임 제한을 폐지했고, 지난해 3월 세 번째로 주석직에 올랐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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