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 열풍] “미용 의사가 필수의료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김명지 기자 2024. 7. 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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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미용 의료 시장, 제도권 편입해야”
“산업계 파이가 커지면 선순환 구조 가능”
“필수의료 위험부담, 보험 키워 지원해야”
지난 4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미용의료기기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미용 성형 레이저 관련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1일 서울 강남에선 병⋅의원 개원 세미나가 동시다발로 열린다.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성공개원 정보 & 학술 컨퍼런스’, 역삼동에서는 ‘빅데이터 성공개원 세미나’가 열린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강연 프로그램은 더 많다. 같은 날 서울 역삼동 KB라이프타워 지하 1층과 2층에서 각각 개원 강연이 잡혔다.

강연은 피부⋅미용 의원 개원의들이 나섰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미나는 피부(레이저)⋅쁘띠(시술)⋅통증⋅기능의학(항노화)⋅실전진료(의료법)⋅병원경영으로 구성됐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미용 해부학’을 강의하는 연세대 해부학교실 이규림 교수, 법⋅경영 강연자를 제외하면 모두 미용 개원의들이다. 의사 전용 커뮤니티의 구인광고 10개 중 8~9개는 미용 의사를 구한다. 바야흐로 K-피부⋅미용 전성시대다.

◇”미용 의료, 제도권 편입과 산업 육성”

19일 학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급팽창하는 한국 미용 의료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산업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피부⋅미용 의료를 시장에 맡길 부분과 제도권으로 포함시킬 부분, 산업적으로 육성할 부분 세 갈래로 나눠서 정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피부⋅미용에 젊은 의사가 몰리는 현상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떠나는 것은 일은 고된데 벌이는 시원찮고,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은 크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필수의료가 제 값을 받도록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하고, 의료사고 위험 부담을 낮추면 된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가 필수의료에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으려면 미용 의료를 양성화, 산업화시켜서 필수의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의사들이 미용 의료 분야로 쏠리는 현상은 의료 체계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시장에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은 “시장에 수요가 있다면 시장에 맡기는 게 맞는다”며 “다만 미용 의료 분야가 제도권에서 벗어나 지나칠 정도로 방치돼 있었던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용 의료 분야에서 제도권으로 편입시킬 부분과 산업적으로 육성할 부분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전된 기술이 세계로 진출해서 해외 환자로 뻗어 나가야 한다”며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는 뜻이고, 그 안에서 선순환 체제를 갖추는 것이 순기능 역할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 분야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방향으로 미용 의료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미용 의료가 보험 통해 필수의료 지원

필수의료 담당 의사들이 불안해 하는 의료사고 위험 문제는 보험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정부는 의료사고 위험 부담을 낮추는 책임보험·공제 의무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필수의료 의사들의 고위험을 미용 의료 의사들이 나눠서 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보험 공제 제도를 토대로 의료진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형사 처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특례법도 추진 중이다.

지금도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의료보험 공제조합을 두고 의료과실 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자율 가입 형태이고 가입자들이 개원의 중심이다 보니 적립된 보험금이 적고, 이로 인해 나오는 보상금도 턱없이 적다. 개원의는 “의협 보험에 가입해 있어도 의료사고가 한 번 나면 필수의료 의사들은 2억~3억원을 개인적으로 물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복지부는 의료 사고 보험 공제와 관련해 별도의 기관을 세울 것인지, 의사협회 산하 의료보험 공제조합을 활용할지는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피부 미용 의사들은 의료사고가 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보험 가입을 꺼린다. 정부는 의사라면 보험에 가입해서 필수의료 의사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는 자동차보험 의무 가입과도 같은 논리가 된다. 운전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자동차 보험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그렇게 적립한 보험금으로 가입자들에게 혜택을 많이 준다. 같은 논리로 의료 사고 보험도 가입자가 많으면 보험금도 많이 적립돼 보상금을 더 줄 수 있다. 피부 미용 의사들이 필수의료 의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미국은 의사들의 수익이 높지만, 의료 사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두고 있어서 관련 보험도 크게 발달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국은 의료 사고에 대한 처벌이 강한 대신, 그만큼 진료비가 비싸다”며 “환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으면서도 의료 사고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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