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1' 일하고 26일치 연차수당…"어차피 나랏돈" 실업급여 요구
권고사직 거절땐 댓글 테러
'직전 3개월 급여로 퇴직금'
제도 악용해 야근 몰빵 꼼수
실업급여 3회 반복 수급자
5년 새 28% 늘어 11만명
취업 1년내 이직률 41.4%
◆ 中企 울리는 퇴직 3종 세트 ◆
충남 당진에서 기계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권 모씨(66)는 직원을 채용할 때 1년짜리 단기직만 뽑는다. 최근 2년 새 뽑은 20·30대 직원 5명 중 4명이 1년을 넘기자마자 바로 퇴사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젊은 직원들이 여름에도 휴가를 안 쓰고 일하길래 기특해했는데, 애초부터 1년+1일을 일하고 26일 치 연차수당을 받아 나갈 계획이었다"며 "20년 장기 근무한 직원도 퇴직할 때 그 정도 수당을 보상해 주지는 않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가구 공장을 하는 유 모 대표(57)는 "한 직원이 입사하자마자 석 달 만에 육아휴직을 6개월 쓰더니 결국 1년 만에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수당을 챙겨 달라고 하더라"며 "'너무한 것 아니냐'며 직원을 나무랐지만 '법대로 하자'는 얘기에 결국 모두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제 사람은 못 믿겠고, 차라리 인공지능(AI)과 로봇을 믿어볼까 한다"며 허탈해했다.
단기 일자리만 좇아 이직을 반복하는 이른바 '메뚜기 취업족' 때문에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렵게 채용한 직원이 1년을 갓 넘기자마자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 근무 연속성이 흐트러지는 데다 이들이 퇴사할 때 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목돈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가 가장 불합리하다고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연차 일수 계산법'이다.
2018년 이전 근로기준법은 1년 미만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할 경우 2년 차에 주어지는 15일의 연차에서 이를 차감하도록 했다. 신입 직원이 2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연차가 15일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게 문재인 정부 때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1년 차 11일, 2년 차 15일을 비롯해 총 26일의 연차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연차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딱 1년만 일하고 퇴사할 경우 11일 치 수당만 지급하면 되지만, 1년에다 하루를 더 일한 근로자에게는 2년 차 연차 15일을 모두 더한 총 26일 치 수당을 지급해야 된다는 점이다. 이를 악용해 연차를 안 쓰고 366일을 일한 뒤 26일 치 연차수당을 받고 퇴사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항변이다.
지나치게 후한 실업급여도 메뚜기 취업족을 부추기고 있다. 1년만 근무 경력이 있으면 4~5개월 동안 월 2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한국의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 의욕과 재취업 유인을 낮춘다고 지적할 정도다.
부산 금정구에서 표면처리 공장을 운영하는 김 모 대표(62)는 몇 년 전 퇴직자의 부정한 실업급여 수급을 막기 위해 퇴직사유서에 원칙에 따라 '개인 사유로 인한 퇴직'이라고 명기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해당 퇴직자가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 공고에 댓글 테러를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해당 직원이 청년 구직자가 많이 몰리는 취업 정보 사이트에 '직원 복지가 엉망이다' '대표가 회사 일이 아닌 개인 잡무 처리를 강요했다' 같은 허위 사실을 올렸는데, 이 때문에 지원자가 없어 한동안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뒤로는 웬만하면 퇴직자가 원하는 대로 퇴직 사유를 써준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중소기업 대표가 '나랏돈인데 인심이나 쓰자'란 생각에 자발적 퇴사를 하는 직원에게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적절한 퇴직 사유를 써주곤 한다"며 "이렇게 원칙이 무너지다 보니 메뚜기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실업급여 반복 수급 시 횟수에 따라 급여액을 감액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지급받은 반복 수급자에 대해 3회 10%, 4회 25%, 5회 40%, 6회 이상 50%처럼 횟수별로 급여액을 최대 50% 줄이는 것이다.
퇴직금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천에서 주물 공장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입사 1년이 돼 가는 직원 중 갑자기 연장근로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직원은 몇 달 지나지 않아 퇴직하더라"고 말했다.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간 평균임금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평균임금을 계산할 때 근로자가 받은 휴일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시기에 바짝 연장근무를 하면 퇴직금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꼼수'를 쓰는 것이다. 앞서 2009년 대법원은 '근로자가 의도적으로 평균임금을 높이기 위한 행위를 한 경우 근로자가 그러한 의도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면 산정될 수 있는 평균임금 상당액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판례일 뿐 실제 현장에선 여전히 기업이 불리한 입장이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4대 보험, 주휴수당을 비롯해 기본적인 인건비가 확 오른 가운데 조기 퇴사 직원에게 연차수당과 퇴직금까지 지급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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