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do감] 갑오징어도 사람처럼 '잘못된 기억'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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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는 무척추동물로 알려졌다.
프랑스 연구팀이 갑오징어도 기억을 불러올 때 '잘못된 기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갑오징어가 에피소드형 기억을 한다면 과거 사건을 재구성할 때 잘못된 기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갑오징어에게 잘못된 기억을 유도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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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는 무척추동물로 알려졌다. 프랑스 연구팀이 갑오징어도 기억을 불러올 때 '잘못된 기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크리스텔 조제-알베스 프랑스 캉노르망디대 동물 및 인간행동학과 연구원팀은 갑오징어(학명 Sepia officinalis)가 사건을 기억하고 이를 회상하는 메커니즘을 실험을 통해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공개했다.
에피소드(Episode)형 기억은 어떤 사건을 구성하는 시각, 후각 등 개별적인 특징이 뇌에 따로 저장됐다가 사건을 기억해 낼 때 기억 요소들이 모여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사람도 에피소드형 기억을 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면 '잘못된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같은 특징을 공유하는 사건이 연속되면 이런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연구팀은 갑오징어가 에피소드형 기억을 한다면 과거 사건을 재구성할 때 잘못된 기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갑오징어에게 잘못된 기억을 유도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먼저 갑오징어에게 좋아하는 먹이인 새우, 새우보다 덜 좋아하는 먹이인 게가 각각 담긴 통과 빈 통을 특정 무늬와 짝지어 보여줬다. 2분 뒤에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새우 통과 빈 통을 보여줬다. 1시간 뒤에는 새우 통을 빼고 마찬가지로 무늬만 보이게 한 빈 통과 게 통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했다.
새우가 없는 상황이라면 빈 통 대신에 게라도 있는 통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 갑오징어들은 빈 통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빈 통에 새우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오징어가 사건을 재구성할 때 잘못된 기억을 형성한 것이다.
연구팀은 갑오징어가 "사건을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하는 대신 사건에 있는 여러 특징을 작은 요소로 저장했다가 기억을 불러낼 때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억을 작은 요소로 저장한 다음 재구성하면 기억을 최적화해 '기억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과거 기억을 재조합해 미래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 정보가 아닌 후각 정보로 같은 실험을 다시 진행한 결과 갑오징어는 빈 통을 피해 게가 있는 통을 정확히 골랐다. 연구팀은 "후각적 거짓 기억을 형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갑오징어를 포함한 두족류 동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isci.2024.110322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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