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이해수, 목소리 닮은 명악기로 전하는 ‘중저음’의 매력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7. 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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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가 연주자의 분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비올리스트 이해수(25)도 "어느 날 내가 연주한 리허설 공연의 녹음을 듣는데, 비올라 소리와 내 목소리 음역이 같더라"며 "나는 이 악기로 생각과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고 했다.

연주회에선 이해수가 삼성문화재단 후원을 받아 사용 중인 1590년 이탈리아산 명악기 가스파로 다 살로의 음색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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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獨ADR 콩쿠르 우승 후 첫 독주회
‘4개의 얼굴’ ‘도리포로스’ 등 연주
도심형 축제 ‘힉엣눙크!’ 젊은 거장에
비올라의 중저음…흔치 않아 매력적
사람 목소리와 비슷 “감정 노래하듯”
비올리스트 이해수. (C) Daniel Delang
악기가 연주자의 분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비올리스트 이해수(25)도 “어느 날 내가 연주한 리허설 공연의 녹음을 듣는데, 비올라 소리와 내 목소리 음역이 같더라”며 “나는 이 악기로 생각과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고 했다. 다음달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독주회를 앞두고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비올라의 매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독일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독주회는 처음이다. 다음 달 16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에 진행되는 세종솔로이스츠의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이 이해수를 ‘젊은 거장’으로 선정해 무대를 마련했다. 콩쿠르에서 1위뿐 아니라 청중상, 특별상 등을 거머쥐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콩쿠르 우승 후 다양한 연주 기회도 많아졌다. 현재 독일 오스나브뤼크 오케스트라 상주 음악가로 활동 중이며, 내년에 독일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 데사우 극장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을 앞뒀다. 이해수는 “어린 시절 우러러보던 음악가들이 연주했던 대회라 한 번쯤은 참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며 “경쟁이나 우승보다는 오로지 제 음악을 공유하고 진심을 보여드리는 데 집중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독주회에선 미요 ‘네 개의 얼굴’, 포사다스 ‘도리포로스’를 먼저 들려준 뒤, 2부에서 보웬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 Op. 54’와 프랑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비올라 편곡)를 연주한다. 이해수는 “새로운 곡과 익숙한 곡의 조화를 이룬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서로 다른 네 여성의 성격을 음악으로 묘사한 미요의 곡에 대해 “듣는 순간 이 곡과 작곡가에 빠졌다. 숨은 명곡을 발견한 기분이 들어 꼭 소개해드리고 싶었다”며 “사람 목소리와 비슷한 비올라로 연주하면서 마치 네 명의 여성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돼 재밌다”고 했다.

비올리스트 이해수. (C) Daniel Delang
‘도리포로스’는 지난해 콩쿠르 당시 준결승에서 과제로 부여받았던 스페인 작곡가 알베르토 포사다스의 신작이다. 고대 그리스의 7등신 조각상 이름인데, 황금비율의 원리를 상징한다. 이해수는 “콩쿠르 이후 포사다스와 직접 대화하며 곡을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며 “제가 맞게 예상한 부분은 무엇인지, 또 상상도 못 했던 작곡가의 의도는 무엇인지를 듣고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가령 집중해 들어야 할 부분으로 “조각상의 황금비율처럼 곡도 일곱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악기의 지판도 칠 등분 해 아래부터 위로 점점 올라가면서 겹겹이 화음을 쌓는다”고 설명했다.

비올라가 중간 음역대에서 다양한 쓰임새를 갖는 것처럼, 이해수도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소화의 폭이 넓은 음악가다. ‘도리포로스’뿐 아니라 다음 달 2일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도 김신 작곡가의 ‘세 개의 즉흥곡’을 세계 초연한다. 이해수는 “주로 고전음악을 연주해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대음악을 배울 때는 어렵기도 하다”면서도 “현대음악은 작곡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요즘’의 음악이라 더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주회에선 이해수가 삼성문화재단 후원을 받아 사용 중인 1590년 이탈리아산 명악기 가스파로 다 살로의 음색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짙은 호소력을 자랑한다. 사용한 지는 1년 반 정도, ARD 콩쿠르에 임하기 6개월 전부터다. 그는 “다크 초콜릿 같은 색깔뿐 아니라 소리도 중후하다”며 “악기를 바꿀 때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딱 적절한 때에 받아 이 악기로 너무나 좋은 성적을 거둬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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