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온기 있는 공동체

2024. 7.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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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다." 17세기 영국 성직자 겸 시인 존 던의 '명상록'에 실린 산문시의 한 구절이다.

서구권 역시 국가는 개인과의 계약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회계약설'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신분과 종교에 기반한 공동체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이상적인 모습을 찾고자 했다.

현대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사생활과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유기적인 존재로서 공공의 선과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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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다." 17세기 영국 성직자 겸 시인 존 던의 '명상록'에 실린 산문시의 한 구절이다. 미국 극작가 토니 쿠슈너 또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인간의 가장 작은 단위는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라며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역설했다. 어떻게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무리 짓는 '공동체 생활'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이자 본질이라는 것이다.

공동체는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되어 초기에는 가족, 친족과 같은 혈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가 점차 가치관이나 문화, 규범 등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발전하였다.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곧 사상이 되었고, 이들이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역사를 만들고 또 발전해왔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인(仁)'을 바탕으로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각자가 신분질서 내에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 유가(儒家), 구성원 간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랑, 즉 '겸애'를 부르짖었던 묵가(墨家), 엄정한 법치로써 '부국강병'을 주창한 법가(法家) 등의 제자백가는 모두 공동체와 관련된 담론이었다. 서구권 역시 국가는 개인과의 계약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회계약설'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신분과 종교에 기반한 공동체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이상적인 모습을 찾고자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집단의 이익이나 목표보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보편화되면서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동체 결속력은 느슨해졌을지언정 공동체 자체는 소멸하지 않았고, 현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 개인의 고립과 소외가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타인과의 공감 및 사회적 연대와 같은 가치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사생활과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유기적인 존재로서 공공의 선과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는 소통과 포용으로 연결되며, 각종 재난·재해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계층들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며 사회 발전을 이끈다. 이른바 '따뜻한 사회'가 목표인 듯싶다.

최근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 플랫폼이 있다. 행복도시 세종의 '복합커뮤니티센터'가 그 예이다. 주민센터, 도서관, 어린이집, 체육관, 노인문화센터 등이 집약된 이곳은 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교류하며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공생 공간이다.

미국 36대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은 "개척지에서는 이웃이 너무 적어서 이웃정신이 중요했고, 지금은 이웃이 너무 많기 때문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현대인은 대다수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공동생활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세태인 바, 부디 '온기 있는 공동체'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나가길 소망한다.

[김형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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