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의 궁리]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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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 1월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아담, 국내 최초의 사이버 가수다.
과연 그는 인간을 대체하고 팬덤을 형성할 수 있을까.
요즘 가장 핫한 가수 임영웅을 예로 들면 어머니들은 그의 반듯한 인성과 감성적인 목소리에 환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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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 1월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아담, 국내 최초의 사이버 가수다. 1집 타이틀곡은 '세상엔 없는 사랑'이었는데 수준이 높아 지금 들어도 괜찮은 편이다. 실제로 1집은 흥행에 성공해 이를 발판으로 아담은 TV 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음주운전과 열애설은커녕 담배를 피우다 사진 찍힐 일조차 없으니 그만 한 모델도 없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1년 뒤인 1999년 발표한 2집은 사이버 가수가 난립하면서 점자 잊히고 말았다. 아담의 최후는 군대를 갔다는 둥, 바이러스에 걸려 사망했다는 둥, 다양한 설이 퍼졌지만 2004년 기획사의 파산과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아담의 실패로 한동안 잊혔던 가상인간은 인공지능 열풍과 함께 재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와 신한라이프의 로지다.
23년 전 아담만 해도 목소리와 입모양이 따로 놀아 기괴함을 선사했다면 루시와 로지는 뚫어져라 보지 않으면 인간과 구별조차 되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두 가상인간은 모든 기업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스크 없는 마케팅이라는 기회를 선사할 것만 같았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이들 가상인간의 성적표는 어떨까. 인기의 척도로 활용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보면 루시의 공식 계정(@here.me.lucy)은 14만명, 로지(@rozy.gram)는 17만명에 그친다. 반면 요즘 가장 잘나가는 블랙핑크 제니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공식 계정(@jennierubyjane) 기준으로 8520만명에 이른다.
이쯤 되면 왜 가상인간은 꾸준히 탄생하고 또 실패하는지 의문이 든다. 아마도 이는 이들이 인간만이 느끼는 감성이라는 존재를 오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홀로그램 기술이 극한으로 발전해 외모와 목소리를 넘어 촉각과 후각으로 매력적인 가상인간을 인지한다고 가정해 보자. 과연 그는 인간을 대체하고 팬덤을 형성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으로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정교해도 가상인간과 인간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팬덤이 되는 과정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가장 핫한 가수 임영웅을 예로 들면 어머니들은 그의 반듯한 인성과 감성적인 목소리에 환호한다. 제니와 같은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스타일로 유행을 주도하고 나아가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되며 동경을 산다. 이처럼 팬덤은 근본으로 들어가면 감성과 맞닿는데, 가상인간은 임영웅처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일어서지 않았고 제니처럼 셀럽들과 교류하지도 않는다. 가상인간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보니 그들만의 이야기가 없고 이는 호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인간은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마음을 움직인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 전반에 공포가 만연하고 있다. 내 몫을 인공지능이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이야기, 그것의 원동력인 감성이다. '휴먼 리스크'를 제거하려고 인간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규식 컨슈머마켓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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