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마켓관찰] 탕후루 그 다음은 뭐가 될까?

2024. 7. 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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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카스텔라·흑당·탕후루…
기술·자본 필요없는 아이템
그만큼 진입장벽·확장성 낮아
모두 아는 기회는 기회 아냐

대만 카스텔라가 한참 인기였다가 급속도로 사그라들 때, 사람들은 모 방송의 고발 프로그램 때문에 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흑당 밀크티가 갑자기 큰 유행을 타더니 백화점 식품관에도 자리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온 세상이 흑당 열풍이었고 흑당이 들어간 디저트를 파는 곳들로 넘쳐났었다. 하지만 이 흑당 열풍 또한 채 1년이 되지 않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작년 한 해 동안 탕후루 열풍이 크게 불었다. 온 언론이 이 탕후루 열풍에 대해 다루었고 탕후루를 먹는 것이 유행이었던 만큼 많은 매장이 급속도로 늘었다. 그리고 지금은 탕후루 점포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또한 엄청난 사회현상이 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처럼 시기마다 특정 아이템들이 유행을 타고 급속도로 늘어나며 사회현상이 되었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자영업에 관련된 사회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 시각으로 보면 유행에 따라 몰리고 사라지는, 수없이 반복되는 현상 중 하나다.

이렇게 금방 인기를 얻고 금방 사라지는 아이템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낮은 진입장벽이다. 대만 카스텔라도, 흑당 밀크티도, 탕후루도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다. 기술이 필요한 일이 아닌 데다 창업 비용도 낮다 보니 말 그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란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너도나도 창업을 하겠다고 달려들면서 길거리를 다니는 일반 시민의 눈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가게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두 번째, 확장성이 낮다. 탕후루 가게에서 탕후루 외에 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있을까. 대만 카스텔라도, 흑당 밀크티도 그 아이템을 파는 것 외에 확장성이 0에 가까웠다. 쉽게 말해 그 아이템 외에는 별도로 팔 수 있는 상품이 없다는 뜻이다. 확장성이 없기 때문에 아이템의 인기가 식어버리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매출 감소를 몸으로 견뎌야 한다. 그것 외에는 팔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이건 앞서 언급한 낮은 진입장벽과도 연결된다.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스테디셀러가 되는 상품들은 그 아이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만 카스텔라가 사라진 이후에 잠깐 유행을 탔었던 식빵전문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빵을 취급하면서 동네의 경쟁력 있는 베이커리로 거듭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불어나기 시작한 커피전문점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과 활용이 가능한 커피의 특성상 상품의 인기를 지속해 나갔다. 하지만 탕후루엔 이런 특성이 없다. 그래서 사라진 것이다.

탕후루 가게가 잘 안 돼 고통받는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연민과는 별개로 현실을 냉정하게 보자면 다른 아이템도 아닌 탕후루 가게를 연 것은 기술이 크게 필요 없고 적은 자본금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그런 기회는 애초에 아주 잠깐 동안만 존재할 뿐이다.

모두가 아는 기회는 기회가 아니라 재앙의 시작이다. 자영업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모두가 아는 기회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작년에 탕후루가 잘 팔리던 시절엔 월 7000만원씩 벌었다는 사장님들이 뉴스, 유튜브 등에 등장하곤 했다. 그 정도까진 아니고 2000만원만 벌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해도 투입 대비 엄청난 기대이익의 유혹에 스스로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대만 카스텔라 때는 잘못된 고발 프로그램 탓으로 책임을 돌릴 수 있었지만 애초에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순 없다.

탕후루 열풍은 그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열풍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다음은 뭐가 될까. 확실한 건 그때도 이익을 좇아 많은 사람이 몰려들 것이고, 그중 대부분은 지금과 같은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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