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예이츠 테스트와 히니 테스트

2024. 7. 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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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츠 테스트'란 말이 있다.

아일랜드 칼럼니스트 핀턴 오툴의 용어로,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질 때 예이츠 시의 인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예이츠에게 이 시대는 악몽에 사로잡힌 때로, 사악한 짐승이 다가오는 중이었다.

2016년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일어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예이츠의 시에 대한 검색이 급증하고 온갖 글에서 인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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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츠 테스트'란 말이 있다. 아일랜드 칼럼니스트 핀턴 오툴의 용어로,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질 때 예이츠 시의 인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만물은 무너져내린다. 중심은 지탱할 수 없다./ 무질서만이 세상에 풀려 있고,/ 피에 물든 물결은 넘쳐난다./ (중략)/ 가장 선한 자들은 신념을 잃었는데, 가장 악한 자들은/ 격렬한 열정에 차 있다."('재림' 중에서)

1920년 예이츠는 현대 문명의 파멸적 위기를 예감하며 이 시를 썼다.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이 가져온 죽음의 물결이 세계를 뒤흔드는 중이었다. 예이츠에게 이 시대는 악몽에 사로잡힌 때로, 사악한 짐승이 다가오는 중이었다. 과연 그 어둠에서 나치즘과 파시즘이 일어났다. 2016년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일어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예이츠의 시에 대한 검색이 급증하고 온갖 글에서 인용되기 시작했다.

'거대한 물결'(돌베개 펴냄)에서 미국 저널리스트 미치코 가쿠타니는 진행 중인 붕괴의 시대에 맞서서 인류가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히니 테스트다. 이 테스트는 절망의 시대일수록 '더 나은 세상의 선구자'로 불리는 셰이머스 히니의 '트로이의 치유'를 인용하는 이들도 함께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1990년에 쓰인 이 시의 첫 부분은 완연한 절망의 구름에 싸여 있다. "인간들은 고통당하고/ 서로를 괴롭히고,/ 상처 입히고, 힘들게 한다./ (중략)/ 역사는 말한다, 무덤 이편에서는/ 희망을 품지 말라고." 반복되는 증오와 폭력에 온 세상이 무덤으로 변해 있고, 역사는 좌절과 절망의 증거로 전락했다. 현재 우리 역시 세계적으로 경제 혼란, 사회 불안, 양극화와 불평등, 차별과 부정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등 그동안 인류가 이룩했던 문명 질서의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그 어둠의 순간에 시인은 상처를 보듬고 화해를 장려하는 일에 내기를 걸자고 말한다. "일생에 한 번은/ 간절히 기다리던 정의의 큰 물결이/ 일어날 수 있고,/ 희망과 역사의 운이 맞을 수 있으리라./ 그러니 희망하라, 바다처럼 큰 변화가/ 다가올 것을, 복수의 저 먼 곳에서./ 믿으라, 다음 해안이/ 이곳에서 충분히 닿을 수 있음을." 냉전의 어둠 끝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넬슨 만델라와 바츨라프 하벨이 풀려났을 때 히니는 이 시를 썼다. 그들이 보여주었듯, 미래를 낙관하면서 우리가 정의와 우애의 세계를 이룩하려 애쓰는 일들은 무의미하지 않다. 그것은 결국 바다처럼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때가 되면 후세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의 울음을 우는 것을" 들려줄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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