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수사 정보 뒷거래' 검찰 수사관, 1심서 징역 3년

법원 “‘퇴직 후 SPC로 전직’ 수사 대상에게 이런 말, 옳은 태도인가”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서울중앙지법 전경 ⓒ시사저널 임준선

SPC 그룹에 수사 정보를 넘기는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검찰 수사관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7월19일 공무상 비밀 누설, 부정처사 후 수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검찰수사관(6급) 김아무개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500만원, 추징금 443만8200원을 선고했다. 김씨에게서 수사 정보를 받는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SPC 전무 백아무개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2020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60여차례에 걸쳐 SPC 측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 압수 범위·집행 계획, 수사 진행 상황, 내부 검토보고서 등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그 대가로 백씨에게서 620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당시 김씨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 혐의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수사부)에서 일했다. 자신의 수사 대상에게 정보를 흘려준 것이다. 허 회장 등은 2022년 1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선 김씨가 수수한 443만원이 유죄로 인정됐다. 황재복 SPC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정보를 유출한 혐의와 관련해선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김씨는 3년 가까이 자신이 수사한 기업 임원과 수시로 연락하며 광범위한 수사 기밀을 누설했다"며 "내부자 외엔 알 수 없는 정보를 전달한 점을 고려하면 뇌물 규모와는 별개로 죄책이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 내부 보고서를 직접 백씨에게 촬영하게 했다"며 "검찰 수사부서에 있으면서 자신이 수사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과 마찬가지 행위를 저질렀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라고 질책했다. "김씨는 백씨에게 농담조로 '퇴직 후 SPC로 전직하는 것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는데, 수사 대상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정녕 옳은 태도인가"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백씨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이 얻기 어려운 정보를 김씨에게서 얻어 그룹 내 입지를 다지겠다는 목적으로 행동했다"며 "사적 목적을 위해선 공직을 매수해도 된다는 성향을 드러내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