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방위비 분담·고관세’ 예고, 안보·경제 리스크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18일(현지시간)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의 절반이 아닌 미국 전체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세번째 대선 도전 행보를 공식화했다. 닷새 전 유세장 피습을 겪은 트럼프는 “우리 사회의 불화와 분열은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했지만, 90여분에 걸친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 색채는 트럼프 1기 때보다 짙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 정부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안보·경제 리스크에 대비한 전략도 치밀하게 짜야 한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명령을 끝내고 미국 자동차 산업을 완전한 소멸로부터 구하겠다”고 했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 확대,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100~200%의 고율 관세 부과도 공언했다. 앞서 그는 모든 수입품엔 10% 관세를, 중국산 수입품엔 60~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율 관세 정책의 집중 타깃은 중국이지만, 한국의 경제·산업도 그 여파를 비껴갈 수 없다. 한국에 보편 관세 10%가 적용되면,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고치(445억달러)였던 한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중 관세 전쟁으로 중국 성장률이 떨어지면 대중 수출 비중이 큰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것은 자명하다.
트럼프는 동맹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울 것임도 분명히했다. 트럼프는 “소위 우리의 동맹 국가들이 오랫동안 우리를 이용해왔다”며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6일 인터뷰에선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고 이젠 보조금까지 가져간다”며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J. D. 밴스 부통령 후보 역시 17일 “무임승차는 없다”며 동맹국에 더 많은 기여를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조 바이든 정부와 합의한 확장억지 공약의 후퇴나 유지 조건으로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할 걸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시사한 건 주목된다. 그는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우리가 다시 만나면 잘 지낼 것이다. 그는 나를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했다.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의 첫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그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트럼프 2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남북관계 및 한반도 상황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북·미 대화 등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 동맹이자 경제 우방인 미국의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2017년부터 4년간 트럼프 1기를 경험했다고 해도 트럼프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측 불가성이 크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다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예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집권시 세계질서 변동성도 커질 수 있어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공간을 확대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한다. 미 대선은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변수도 있어 불가측성이 여전히 높다. 결국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응책을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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