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한동훈, 사과 아니란 게 밝혀졌다”…韓 “법무장관·정치인 입장 다르다”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논란 재점화
元 “제3자적 시각, 리더 될 수 없다”
尹 “당 전체의 문제, 명백한 잘못”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발언이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동훈 후보가 지난 17일 “나경원 후보가 내게 본인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발언을 사과한 지 하루 만인 19일 ‘나 후보 개인 차원의 부탁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다.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원내대표를 지냈던 나 후보 뿐만 아니라 원희룡·윤상현 후보도 한 후보의 발언을 일제히 비판했다.
나 후보는 19일 오후 SBS 주최로 진행된 당대표 후보 생방송 TV토론를 마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은 ‘사과했으면 끝내야지’ 이렇게 말씀하셨다는데, 사과가 사과가 아니라는 게 사실은 오늘과 어제 토론회에서 밝혀지지 않았습니까”라고 한 후보를 직격했다. 나 후보는 “사과했다면 적어도 개인 부탁, 밀실, 그냥 민간인 등 그런 표현으로 저를 모욕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나 후보는 “그때의 물리적 충돌은 다른 게 아니라 정치적 의사표시고, 정치적 행위였다. 당연히 이건 공소 취소라는 것을 통해 해결하는 게 합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이걸 마치 개인적 사건의 부탁처럼 얘기하는 것은 제 명예 자체도 훼손됐고, 제 명예 뿐 아니라 같이 투쟁한 동료의원들의 명예도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 후보의 억지 주장에 대해 정말 걱정을 금하지 못하겠다”며 “우리 당의 역사는 물론이고, 정치라는 것의 메카니즘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이날 토론회 도중 “정치인으로서, 당으로서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경원 후보는 당시 당직도 아니었고 개인 차원이었다”고 발언했다. 지난 17일 발언과 관련해 18일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지 하루 만이다. 나 후보는 이날 “그게 개인 차원인가. 제가 제 것만 빼 달라고 했나”라며 “한동훈 후보, 똑바로 말하시라. 저를 이렇게 모욕하실 수 있는가”라고 반발했다. 나 후보는 사건이 벌어진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고, 2020년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었던 국회의원·보좌진 27명 중 한 명이다.
나 후보는 이번 논란이 전당대회 투표의 80%를 차지하는 당심(黨心)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 나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무도함, 위선, 무능, 불법, 이런 것을 밝히기 위한 저항의 일환이었다”며 “이런 노력을 폄훼하고 개인적인 일이라고 치부하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고 우리 당원들께서 함께 분노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도 토론회를 마친 직후 해당 발언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당시 사건은) 나경원 후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 전체의 문제인 게 맞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한동훈 후보께서도 당시에 법무장관이셨고, 그래서 다 보면 결국에 (발언을) 사과하셨는데 그것을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취재진과 만나 “(나 후보가) 많이 참은 것 같다. 통곡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며 “패스트트랙, 그 속에 피멍이 들어있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거기서 ‘난 잘못 없다’(고 하는 것은) 그걸 지켜보는 아픔을 같이하는 동지들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서 생각이 아마 못미치는 것 같다”며 “사과를 했으면 진정으로 (자세를) 낮춰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원 후보는 “탄핵 이후에 패스트트랙 투쟁을 거치고, 윤석열 정부 탄생까지 정말 지옥을 경험하고 다시 기적을 함께 만들었던 그런 동지들 입장에서 ‘과연 동지인가’, ‘우리라는 생각이 있는가’라는 그런점에 대해서 아주 큰 물음표를 스스로 던졌다”고 말했다. 또 “경험이 없고, 자기 인식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유행과 그때 그때의 여론을 따라가면 정치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라면 결코 우리의 뿌리 깊고, 가슴에 피 맺힌 투쟁과 회복의 역사를 함께 해왔던 당원들의 투혼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입장”이라며 “제3자적인 시각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한 후보는 토론회를 마친 직후 해당 발언에 대한 질문에 “제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어제부터 말씀드렸다시피 사과드렸잖나”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말을 꺼냈을 때) 제가 아차 싶었고, 안 꺼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사과를 드렸고, 그리고 패스트트랙에서의 물리적 충돌은 참가한 당원들 입장에서는 당을 위해 몸을 던진 것이고, 그 부분은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그 점을 사과드리는 것이고, 당대표가 되고 나면 실질적으로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다만 법무장관으로서의 입장과 정치인으로서의 입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법무장관 입장이 개별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얘기한 걸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절차란 게 있는 것”이라며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할 일이 아닌 것이다”라고 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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