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확장된 세계관의 급마무리 '스위트홈', 스타 배우 배출만 성과?

김경희 2024. 7. 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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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야심 찬 시리즈 '스위트홈'이 드디어 최종 시즌을 공개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2020년 12월에 공개된 시즌1에서는 은둔현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 '그린홈'에서 갑작스러운 괴물화 사태가 발발한다. 은혁과 은유 남매, 서이경과 편상욱 등 주요 인물들의 서사가 펼쳐졌다. '스위트홈'이 공개된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최초의 크리처물로 엄청난 몰입감과 화제성을 불러왔다.

이후 2023년 12월에 공개된 시즌2에서는 '그린홈'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스타디움로 이동해 더 많은 생존자들과 무리 짓게 되며 괴물, 특수감염인까지 혼재, 더 넓어진 세계관을 그렸다. 시즌2의 반응은 시즌 1에 비하면 혹평 수준이었다. 까마귀부대의 활약, 밤섬특수재난기지의 비밀, 남상원 존재의 미스터리, 이이경이 낳은 괴물 딸, 신인류의 등장에 대한 온갖 떡밥만 흩뿌린 채 시즌이 끝났기 때문.

시즌2와 동시에 촬영했지만 반년의 시간을 들여 오늘 공개되는 '스위트홈' 시즌3은 이 시리즈의 엔딩으로 어찌저찌 5년의 마무리를 지었다.

이틀 전 있었던 제작발표회에서 이응복 감독은 시즌2에 대한 시청자의 불만을 꼼꼼히 모니터 한 듯 "이도현, 송강의 분량 많다, 재미도 돌아왔다"며 간결하지만 핵심적인 홍보를 했었다.

그러나 오늘 공개된 시즌3에서 이도현과 송강의 분량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모습이 많이 보이면 뭐 하나. 이들의 활약이나 쓰임이 너무나 기계적이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즌2에서는 안 보인다고 뭐라 해서 많이 보여줬더니 이제는 활약으로 이야기하냐' 싶을 듯. 송강은 시즌2에 비해 역할이나 캐릭터의 의미가 약해졌고 그저 시즌3의 얼굴마담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도현은 4회에서 등장해 도대체 이해하기 힘든 신인류의 세계관을 카메라를 바라보며 대사로 설명을 해준다. 대본이 미흡했던 건지, 편집의 문제인지, 연출의 부족함인지 시즌3의 총평은 '어수선함'이다.

iMBC 연예뉴스 사진

4회까지만 봐도 도대체 어떻게 결론을 짓겠다는 건지 방향은 잡히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5회부터는 송강-이도현이 제대로 활약을 하며 둘이 적극적인 엔딩을 위해 열심히 노를 젓는다. 시즌1에 비해 변화된 둘의 관계는 잠시 시즌3의 재미가 이런거구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둘이 힘을 합쳐 활약을 하는 이유는 다만 작품 속 빌런을 처치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제 차세대 스타가 될 김시아의 활약에 두 눈을 번쩍 뜨게 된다. 시즌 전체를 통해 폭퐁 성장을 했을 뿐 아니라 시즌3 엔딩의 주역이라 할수 있을 김시아는 빛나는 존재감을 뽐냈다.

전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보고 있노라면 '이 이야기는 지금 뭘 말하는 걸까?'라는 궁금증만 더해진다. 떡밥을 회수한다고는 하지만 회수의 과정이 스토리나 연출, 편집의 힘으로 시청자가 찾아먹게 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건 배우들의 대사로 해결이 된다. 이럴 거면 등장인물이 차례로 나와 자기소개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잔혹하기는 또 엄청나게 잔혹하다. 괴물들의 비주얼도 귀엽거나 사랑스러움은 1도 찾아볼 수 없고 전 시즌에 비해 더 어두워지고 흉측하게 흘러내렸으며, 사람이 나오는 장면도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어 두 눈을 뜨고 보기가 힘들 정도. 크리처물인지 고어물인지 헷갈릴 정도의 자극을 쫒는 액션 장면들이 초반 회차를 잡아먹는다. 화려하다고 해야 할지 정신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잔혹하고 빠른 VFX 액션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는 부각되지 않는다.

벌여 놓았던 일들을 수습하느라 이야기 전개는 엄청 빨라져서 잠시만 딴생각을 하면 저 대사와 저 장면은 왜 나오는지 몰라 다시 되감기를 해야 한다. 시즌2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등장인물 때문에 맺음 해야 할 사건도 많고 대부분의 맺음은 곧 죽음으로 연결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놓고 보자면 시즌3은 참으로 현실적이다.

비주얼적으로는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많이 화려해지고 잔혹해지고 풍성해졌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이렇다 할 OST가 없다. 감정적인 장면에서도 감동을 증폭시킬 기억에 남는 BGM이 없다. 한정된 제작비를 모두 비주얼에 쏟아부은 건지 괴물들의 기괴한 소리, 퍽, 쾅, 푹, 팍 등의 터지고 치고 박는 소리만 요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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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졌던 시즌1은 세계관이 분명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괴물화가 현실을 재앙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개개인의 욕망이 존재를 압도해 버리고 장악하는 것이 바로 괴물화. 시시각각 수많은 욕망 속에서 인간성을 지키고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 욕망에 사로잡혀 괴물이 될 것이냐의 화두를 담아냄으로써 공개와 함께 크게 화제가 되었고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설정과 세계관이 시즌2,3에서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괴물과 인간의 대립이 부각되며 새로운 인물이 대거 투입, 이들의 환경도 폐허가 된 서울로 확장됐다. 그나마 시즌2에서는 스타디움에 무리 지어 살고 있는 사람 중에 일부가 괴물이 되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시즌3에서는 이 설정도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밤섬의 연구소를 보여주는 바람에 그곳에서 발견된 MH들이 괴물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데 시즌2를 다 써버렸고 시즌3에서는 이제 인간, 괴물, MH 그 위에 신인류가 있다는 새로운 설정을 가져온다.

몇 년 사이에 괴물화된 세상에서 최적의 진화를 거쳐 신인류가 만들어진다는 설정도 납득이 안되거니와 개인의 욕망에 초점을 맞췄던 '스위트홈'의 시작이 시즌3에서는 가족 단위의 욕망과 욕심의 최고치를 드러내는 감정의 도가니를 스스로 끓여낸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신인류의 보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스위트 홈'이라니.

전 세계 시청자를 열광시켰던 핵심적인 메타포는 사라지고, 그저 넓어진 세계관, 다양해진 등장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더 발전된 VFX 기술로 더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넷플릭스는 '스위트홈' 시즌에 대해 따로 행사를 할 정도로 의미 있는 K콘텐츠라고 밝혔다. 한국작품 최초로 미국에서 TOP10에 진입, K크리처물의 시작, 콘텐츠 업계 전반에 VFX의 새로운 작업 프로세스를 정립하게 된 계기 등 '스위트홈'은 우리에게 특별한 콘텐츠였다. 넷플릭스가 이야기 한 '스위트홈'은 분명 시즌1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 이야기를 더 많이, 오래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우리도 이런 크리처물을 만들 수 있구나라며 기술력을 자랑스러워했으며 이 부분은 시즌이 거듭되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진 자랑거리다. 게다가 장시간(무려 5년간) 함께 하며 당시 신인이었던 송강, 고민시, 이도현이 지금은 내로라하는 탑스타가 되어 스토리는 볼 게 없어도 이들을 보기 위해 이 시리즈를 찾게 하는 시청파워도 갖게 되었다. 과감한 신인 기용이었지만 정말 될성부를 떡잎을 발굴해 낸 제작진의 캐스팅 능력에는 박수를 쳐줄만하다.

그러나 연이은 시즌들이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안기게 되는 이유는 뭘까. 국내에 시즌제 드라마가 없는 것도 아니고 성공한 시즌제와 실패한 시즌제는 이미 충분히 많다. 넷플릭스 이용자라고 해서 시즌제 드라마에 대해 남다른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 처음의 매력과 핵심적인 세계관을 끝까지 유지하는 시즌제 드라마가 보고 싶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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