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서 할인 경쟁 나선 명품 기업들… 명품 옥석 가리기 될 듯

김효선 기자 2024. 7. 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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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 명품 기업들이 중국 고객을 위한 할인 행사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지역 매출 감소와 과잉 재고를 해결하기 위함인데, 업계에서는 할인 정책으로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홍콩 침사추이의 한 거리에서 에르메스 쇼핑백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로이터

19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마크 제이콥스는 이달 초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몰(Tmall)에서 핸드백·의류·신발에 대해 5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베르사체와 버버리도 지난해 30~40%였던 제품 할인율을 최근 50%까지 높였다. 올해 1분기 발렌시아가도 중국 시장에서 제품가를 평균 40% 할인하는 행사를 한 바 있다.

과거 중국은 명품 업계의 큰손이자 핵심 시장이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중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3배 증가했다. 매년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증가하자, 명품 기업들은 잇달아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가입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0년 10월까지 총 200개의 브랜드가 중국 티몰에 가입했다.

이후 중국 시장은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다가 2023년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다시 반등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OC&C의 파트너인 베로니카 왕은 “중국 소비자들은 코로나19 당시 어디에도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가격이 비싸더라도 중국 내에서 쇼핑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등의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팬데믹 기간 나타났던 보복 소비는 중국의 경제 침체와 봉쇄령 해제가 맞물리며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 지정학적 긴장, 주식 시장 변동성 등이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라면서 “최근 엔저(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그나마 소비하던 중국인들은 일본으로 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었던 시기를 기준으로 재고를 준비해 둔 기업들은 난감해졌다. 명품 전략 컨설팅 회사 에퀴테(Équité)의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랭거는 “팬데믹 이후 나타난 보복 소비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예측은 절대적으로 예상된 일이었다”라면서 “명품 기업들의 근시안적인 판단이 대규모 할인 사태를 만들어냈다”라고 평가했다. FT는 “베르사체와 버버리 같은 브랜드는 코로나19 기간 사치품 지출이 급증하는 것을 이용하기 위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아도는 재고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들의 할인 경쟁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랭거 CEO는 “할인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팝태그의 공동 디렉터인 푸키 리는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할 때는 그 가치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구매한다”면서 “할인된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제품의 실제 가치는 물론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명품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럭셔리앤사이트의 설립자인 조나단 시보니는 “과거에는 중국 명품 시장에서 모두가 승자였다”면서 “지금은 승자와 패자 사이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FT는 “루이뷔통, 에르메스, 샤넬과 같은 최고급 브랜드는 수요가 많은 지역의 유통을 더욱 강력하게 통제하고 할인을 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방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일부 브랜드는 중국 내 확장 계획을 늦출 가능성이 있지만, 샤넬은 중국 본토에서 새로운 매장에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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