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개인 차원 부탁” 羅 “후회할 날 올 것”...마지막 토론서 고성
이날 서울 SBS 목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차 당대표 후보 TV토론에서 나경원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의혹’ 논란을 두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와 관련해 “제가 개인 차원의 부탁으로 제 것만 빼달라고 했느냐”고 묻자, 한 후보는 “네”라고 단답형으로 답했다. 나 후보가 “그게 개인 차원입니까. 저는 27명의…. 제가 제 것만 빼달라고 했습니까”라고 재차 묻자, 한 후보는 “네”라고 일축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 똑바로 말하세요. 제가 개인 차원이라구요? 제가 제 것만 빼달라고 했습니까. 저를 이렇게 모욕할 수 있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 후보는 “사건 당사자가 법무부 장관한테 공소 취소를 부탁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제가 당시 원내대표였는데 그게 제 개인 비리 문제냐. 제가 그 때 했다는 말을 그대로 옮겨보라”면서 “이렇게 말씀하는 분이 당 대표 되면 공소 취소를 할지 의문이다. 한동훈 후보가 후회하실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정치인과 법무부 장관의 입장은 다르다”며 “법무부 장관 입장에서 특정한 정파적인 이유로 움직인다는 오해를 받으면 공정의 기초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나 후보는 한 후보에게 “늘 좋은 것은 본인이 하셨고 나쁜 것은 남 탓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토론하다 보니 느끼는데 정치를 오래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조화로운 정치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두 번의 체포동의안을 직접 설명했고 민주당 이탈 표를 끌어내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초유의 일”이라며 “그 이후 법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각했다고 해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폄훼하고 조롱하는 것은 자해 행위”라고 맞받았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의 ‘입 리스크’가 우리 당의 가장 큰 신종 위험으로 떠올랐다”며 “동지 간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낳고 있다”고 했다. 이어 원 후보가 “총선이 끝나고 둘만 식사하자고 이야기했는데 두 시간쯤 뒤 주로 한 후보 단독을 쓰는 종편 기자가 ‘한 후보와 밥을 먹었느냐’고 해서 제가 경악했다. 일부 언론에 정보를 주고 폐쇄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음 때문에 생긴 문제 아니냐”고 묻자 한 후보는 “근거 없는 말씀”이라고 했다.
한 후보도 원 후보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 후보는 “박근혜, 이명박 두 분을 다 몰아내자고 하셨던 분이 세 번 안 그런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정치 상황이 바뀌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탈당을 요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 후보는 “늘 메신저를 공격하면서 자기는 빠져나가는 이 패턴이 너무 뻔해서 이제 먹히지 않는다”며 “공감 능력이 너무 없기 때문에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답했다.
한 후보가 원 후보에게 “2018년 제주도지사 당선 직후 문재인 정부 점수는 80점이고 반면 박근혜 정부 점수는 마이너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어떻게 믿느냐”고 하자 원 후보는 “과거 증거를 꺼내 제압하려는 승패 위주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 아직 상대방을 피의자로 생각하는 것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받아쳤다.
후보들은 돌발 질문에도 다양한 답을 내놨다. 윤상현 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만난다면’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84년생으로 저와 나이 차이가 좀 있다. 술을 좋아한다. 인간적으로 터놓고 폭탄주 10잔을 마시겠다. 진의를 알아보겠다”라며 “정말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설득을 해볼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식사한다면’이란 질문에 “조 전 대표는 저의 대학 동기”라면서 “사법리스크를 잘 아실텐데 국회에서 무리한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의회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데 동조하지 않는 것이 남은 형을 받는 데 유리하지 않겠냐고 얘기할 것 같다”고 했다.
원 후보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행을 간다면’이라는 질문에 “북한의 평양 옥류관에 냉면을 먹으러 가야 할 것 같다. 북한에 리호남 등 대북송금 관계자들을 만나 이재명 전 대표와 있던 일을 같이 검증하고 잘못된 걸 밝혀내도록 하겠다”면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가기 위해 헛된 대통령의 꿈을 버리고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풀기 위한 인질에서 우리나라를 풀어달라 호소해 보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다면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이냔 질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극복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치하하고 존경의 말씀을 드릴 것”이라며 “우방으로서 세계 평화를 지키고 서로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나눌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마지막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전당대회가 지나친 네거티브로 ‘분당대회’ 또는 ‘자폭대회’로 흐르고 있는데 향후 당의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한 후보는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당대표가 된다면 당직도 탕평할 것이고 모두와 함께하는 분위기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더 소통하고 당에 참여시킬 뿐 아니라 대통령과 불편한 사람도 중재하겠다”라고 했다.
나 후보는 “제가 당대표가 되면 된다. 국민들이 직접 후보자를 뽑게 하고, 원외 위원장은 임기제를 보장하고 지구당을 부활하는 등 활동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전당대회가 분당대회로 흘러가는 이유는 현재·미래권력 다툼이 내재돼있기 때문이며, 당대표가 되면 ‘총계파 탈피 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후보들 간 격앙된 분위기는 장외에서도 이어졌다. 나 후보는 토론회 직후 “제 명예도, 같이 투쟁한 동료 의원들의 명예도 훼손됐다”고 날을 세웠다. 원 후보는 “(나경원 후보가) 통곡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이 개별 사건 당사자가 말하는 것을 들어줄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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