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다고 좋은건 아니라고? 사이즈 속에 숨겨진 비밀
세포수 많아 암 걸릴 위험 높아
크기보단 본질 파악이 더 중요
세계적 통계분석 대가인 저자
자연과 일상서 크기 역할 탐구
"대개 큰 크기는 개인과 집단의 성취 목표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열망은 점점 더 큰 크기를 향하도록 진화했다. 현대사회에서도 화면, 건물과 도시, 기계의 크기가 점점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더 복잡해서 더 커진 것이 아니다. 더 크기 때문에 더 복잡해진 것이다. 크기가 변하면 다른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신간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는 통계 분석의 대가이자 세계적 석학인 바츨라프 스밀 캐나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과 명예교수가 크기(사이즈)의 관점에서 현대 문명을 통찰한 책이다.
자연과 인간사에서 크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음 사이의 긴장, 큰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성향, 크기의 극단적 사례를 이야기한다.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공공정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선으로 날카롭게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우리의 크기 지각, 비례·대칭·비율 등 크기 사이의 관계, 인체공학과 같은 크기의 설계, 크기의 분포까지 두루 살펴본다.
우리는 언제나 크기를 의식하며 살아간다. 크기를 측정하고, 평가하고, 비교한다. 사회는 표준 키, 표준 규격 같은 다양한 표준 크기로 이뤄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어떤 크기가 이런 표준에서 벗어날 때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한다. 또 어떤 것은 더 작은 것을 선호하고, 어떤 것은 더 큰 것을 선호한다. 크기는 상대적 관점에서 알아차릴 수 있고, 여기서 나타나는 비례는 시각적 매력을 결정할 때가 많다. '황금비'(약 1.618대1)도 그중 하나다.
특히 도구, 수단은 인간의 신체 크기를 기준으로 설계된다. 연필은 손으로 쥘 수 있게 만들어지고, 안경은 눈동자 사이의 거리에 제약을 받으며 숟가락은 입의 크기에 맞아야 한다. 가구와 집, 빌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본래 용도와 필요 이상으로 커졌다는 게 스밀 교수의 지적이다. 예컨대 오늘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1950년대 초 유럽 시장을 지배한 승용차와 비교하면 무게가 최대 3배에 달한다. 미국의 주택 면적은 1950년 대비 평균적으로 2.5배 이상 넓어졌다. 인간의 몸집이 그만큼 커진 것도 아니고, 가구원 수는 오히려 점점 줄어 1인당 평균 거주 면적은 거의 4배로 늘었다. 이는 사람들이 사회의 빈부 격차를 더욱더 강렬하게 체감하게 한다.
책은 현대사회의 성장 과정에서 각광을 받아온 '규모의 경제'가 늘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대도시의 에너지 효율이 소도시의 에너지 효율보다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책에 따르면 도시는 세계 인구의 55%를 점유하지만, 세계에서 소비되는 모든 에너지의 약 70%를 소비하고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생성한다. 즉, 큰 도시가 작은 도시보다 에너지를 더 아낄 수 있는 것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출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키에 얽힌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키는 유전의 결과인 동시에 사회경제적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가정의 소득, 교육, 보건 수준은 아동의 키뿐만 아니라 향후 소득의 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적당히 큰 키는 개인의 자신감을 높이고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큰 키가 좋은 면만 가진 것은 아니다.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키가 클수록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1㎝ 커질 때마다 기대 수명이 0.4~0.63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에 세포가 더 많을수록 암 유발 돌연변이 표적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스밀 교수는 이 같은 '크기 지각'의 착시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크기에 눈이 멀어 더욱 중요한 본질을 제쳐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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