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라는 국회, 나몰라라 정부…결산 시정요구 '마이동풍'
국회는 매년 여름 때 결산심사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국회가 승인한대로 정부가 나랏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가 요구한 시정조치 5개 가운데 1개는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러 해에 걸쳐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시정요구도 매번 200건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정요구제도는 국회 결산 심사의 실효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2003년 2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결산 심사는 사후적 특성으로 인해 예산안 심의와 달리 정부가 제출한 원안 상태로 가결되는데, 위법 또는 부당한 사항에 대해 정부가 조치하도록 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국회의 시정요구는 변상·징계·시정·주의·제도개선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최근 5년간 정부의 시정요구 미조치 비율은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8~2020회계연도 결산 후속 조치결과에서 시정요구 사항에 대한 조치미완료 비율은 13~18%로 꾸준히 증가해왔고, 2021회계연도 때 17%로 소폭 감소했다. 시정요구 건수는 2018회계연도 1356건에서 다음해 1647건으로 증가했다가 2020·2021회계연도에 각각 1881·1416건으로 감소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시정조치 요구가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회계연도 결산 시정요구 증 반복시정요구 사항은 227건이다. 이중 60건은 최근 3년간 연속으로 시정요구됐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반복적인 시정요구는 주로 정부의 시정요구 조치가 적기에 이행되지 않았거나 조치내용이 미흡해 시정요구 요인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했다. 주요 사례로는 심판사건 처리지연 문제 개선(헌법재판소), 제대군인 의료지원 예산 실소요액 반영 필요(국가보훈부), 대지급금 사업의 변제금 회수율 제고(고용노동부) 등을 거론했다.
예산정책처도 보고서에서 정부의 책임을 짚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미이행이나 조치 중으로 보고한 시정요구에 대해서는 최종 조치 여부까지 지속해서 보고하도록 해 국회가 별도의 자료 요구나 반복적인 시정요구 의결 없이 이행 여부를 점검·확인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법은 국회의 시정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지체없이 처리하여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정요구사항의 처리결과 기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회 시정요구에 대한 '조치결과 보고서'를 결산 심의 완료 후 2~4개월 내에 국회에 제출한 뒤 다음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 제출 때(결산 심의 완료 후 5~6개월 후) '후속조치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후속조치 결과 보고서상 조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가 추가로 확인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라며 "결국 국회의원들이 제각각 별도 자료요청을 통해 점검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자구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 말했다.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윤영덕 전 민주당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우선 순위에 밀려 처리되지 못했다. 이들 법안에는 결산심사의 후속조치 결과 보고 이후에도 처리하지 못한 시정요구 사항에 대해 정부가 1년의 범위에서 6개월마다 처리 상황 및 최종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회 결산 심사 시기를 앞당겨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심사의 실효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회는 연례적으로 8월에 결산을 상정해 심사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는 이미 예산안 편성 절차가 마무리돼 다음연도 예산안 편성 때 국회 결산심사 결과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9월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되면서 결산 심사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야당 간사를 지낸 경험이 있는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결산 심사에서 철저히 성과평가를 해 이를 다음연도 예산 수립에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는 결산 심사가 끝나는 시점과 예산안 심사가 끝나는 시점이 거의 같다"며 "결산 심사 시기를 충분히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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