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법사위 '尹탄핵 청문회'…野, 전현희 부상에 "형사고발 검토"
야당 주도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발의 청원 심사를 위한 청문회'에서 여야가 고성을 동반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청문회 시작 전엔 개최에 반대한 국민의힘 측이 야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아서며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는데,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이 부상을 입었다며 "형사고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인 신문에선 '02-800-7070' 번호에 대한 야당 위원들의 질의가 쏟아졌지만, 증인들은 "모른다", "밝힐 수 없다"고 했다.
19일 열린 청문회는 시작부터 물리적 충돌을 낳으며 난항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고, 이에 정 위원장 등 야당 측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의원들과 보좌진 등이 뒤얽혀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청문회 시작 직후 '얼굴 및 허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전 의원을 앞으로 불러 부상을 확인하고 "국회선진화법은 다중에 의한 위력, 폭력은 더 엄중해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어 오후에 청문회를 속개하면서도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회의장 진입 시 발 등에 부상을 입었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힘에 대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 유상범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협박하지 마라", "오늘 청문회는 사실 불법청문회"라는 등의 항의를 쏟아냈다. 특히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고동진 의원도 다쳤다"며 "(야당 측에) 짓밟힌 고 의원도 불러서 검증해보라"고 소리쳤다. 여기에 야당 측 위원들이 재차 반발하며 회의장에선 고성과 삿대질 등을 동반한 여야 대치가 장시간 이어졌다. 야당 측 한 위원은 여당석을 향해 "당신들이 다 공범"이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야당에선 청문회 진행을 명분으로 '항의하는 여당 측 위원들을 퇴장시키라'고 정 위원장에게 요구했고, 정 위원장 또한 "국회법에 따라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여당 측에 수 차례 경고했다. 여당 위원들은 "퇴장시키라"고 강경하게 맞섰다. 정 위원장은 청문회 진행 과정에서 현역군인인 증인에게 "반항하는 거냐"고 질책하거나, 항의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뭘 쳐다봐요? 그렇게 불만이 많아요?"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극한 대치 끝에 시작된 청문회 주질의에선 탄핵청원의 탄핵 사유 중 하나인 '순직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채 상병 사건 피의자이자 현재 '이종호 VIP 구명 의혹' 등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지난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이어 이날도 청문회 증인 선서를 거부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입법청문회 당시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선서를 거부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은 증인 선서에 참여했고, 임 전 사단장 또한 오후 청문회 속개 시에는 증인 선서 의사를 다시 밝혔다.
야당 측 위원들은 대통령실 번호로 알려진 '02-800-7070'에 대한 증인 진술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해당 번호는 지난해 7월 국방부에서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가 이뤄지기 직전 이 전 장관이 통화했던 번호다. 야당은 '여당 측 위원인 주진우 의원이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냈을 당시 해당 번호로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주 의원의 청문회 참여가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 의원은 "1년 전에 대통령실 일반전화로 제가 44초 통화를 했는데, 현재 누구와 사용됐는지 특정되지도 않는 걸 갖고 어떻게 제가 이해동출에 걸린다고 하나"라고 반발했다.
대부분의 증인들은 해당 번호에 대해 '알지 못한다'거나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은 "7월 31일날 통화가 있었던 02-800-7070 어디에 설치된 전화인가"라고 묻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의 질의에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날 11시에 있었던 외교안보분야 수석보좌관회의 회의실에 설치된 거 아니냐"고 '대통령 통화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임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했다.
이종섭 전 장관 또한 해당 번호를 두고 "누구한테서 온 전화인가"라고 묻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질의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2일 당시 대통령과 3회 통화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서 의원은 "말 못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이 전 장관을 압박했다. 이 전 장관은 "그렇지 않다"며 "수사지시를 하고 인사조치를 검토하고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전화내용하고 (이첩보류 등은) 관계 없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해당 번호와 통화했다고 알려진 주진우 의원을 향해서도 "02-800-7070으로 본인 통화했다고 하는데 누구랑 했는지 물어보겠다. 밝힐 수 없으면 없다고 얘기하라"고 요구했는데, 주 의원은 "(질문) 자체가 불법이다. 얼마나 편파적인 진행인가"라고 반발했다. 정 위원장이 "밝힐 수 없다는 건가"라고 재차 묻자 주 의원은 "그게 아니라 1년 전에 44초 통화한 사람을 누가 기억하나"라며 "자꾸 프레임을 씌워서 (해당 번호가) 대통령 통화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하나만 묻겠다. 거기 보면 국토부장관 비서관하고도 (해당 번호와) 통화한 게 있다. 대통령이 비서관하고도 통화하나,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변호인 김정민 변호사는 "7070 번호는 대통령이 사용했을 거라고 추정한다"고 주장하며 "8월 2일 3번의 통화에 대해서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개의치 않고 인정하시는데, 유독 7월 31일날 통화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해당 일자의 통화가 '대통령발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한편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인 임성근 전 사단장은 본인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휴대전화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공수처로부터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가' 묻는 민주당 박균태 의원의 질의에 "알려줄 의사가 있다"면서도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은 "참 특이한 분을 만났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어 임 전 사단장이 압수수색 이후 새로 마련한 휴대전화에 대해 "“본인이 동의만 하면 소수의 의원과 전문위원이 참여한 상태에서 내용을 검색해볼 수 있고,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건과 관련된 분들과의 통화내역, 전화번호 저장내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출을 요구했고, 임 전 사단장은 휴대전화 제출에 동의했다.
다만 박 의원은 오후 청문회 속개 시 "임 전 사단장이 계속 휴대전화를 만져 (자료가) 오염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요청을 철회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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