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시장경제의 아버지는 왜 윤리학자를 자처했을까
타인의 행복을 존중한다"
도덕 강조한 애덤 스미스
인간 본성 탐구에 몰입해
자율적 경제활동 뒷받침한
'보이지 않는 손' 사상 정립
1788년 3월 15일, 애덤 스미스는 한 지인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남은 삶의 시간은 몹시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며, 제가 계획하고 어느 정도 진척시킨 다른 몇몇 작품을 끝낼 만큼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편지 수신인은 서점 주인이자 출판인이었던 토머스 카델. 그는 스미스가 몇 년 전 약속했던 원고를 인내를 갖고 기다렸지만, 정작 스미스는 수개월째 침묵하고 있었다. 카델이 받아보고자 하는 책은 '도덕감정론' 제6판이었다. 1781년 제5판을 낼 만큼 심혈을 기울인 책이었지만, 스미스는 자신의 사후 남겨질 책을 다시 수정하길 원했다.
그러나 말년의 건강도, 느린 집필 속도도 이를 허락하지 않아 그는 고통스러웠다.
"경제활동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도덕의 한 형태"라고 선언한 스미스의 평전이 한국에 출간됐다. 19세기 말 존 레이가 쓴 전기 이후 '100년 만에' 출간된 평전의 정본 같은 책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축했던 철학자 애덤 스미스를 복원한다.
1723년 에든버러 인근 항구도시 커콜디에서 한 병약한 아기가 태어났다. 그의 집안에선 세관원이 되는 전통이 있었는데, 소년이 된 아기의 관심은 추상과 실상의 결합이었다. 삶의 자세는 충분히 신학적이었고, 글래스고로 옮겨 성장한 소년은 도덕·정치·경제의 근원을 상상했다. 스미스가 걸었던 땅은 근대에의 열망이 꿈틀대고 있었고 시대는 미래 준거점이 될 절대 사상을 고대하고 있었다.
스미스의 관심은 '이론화' 그 자체였다. 이론화는 인간의 생각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을 뜻하는데, 이론화의 열매는 '체계'였다. 왜 그런가. 세상은 현상들의 원인, 그에 따른 결과라는 패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체계란 일종의 '상상된 기계'다. 체계는 인간의 상상을 만족시키고 그 중심에서 일관성을 확보하게 해준다. 스미스는 글래스고대의 논리학 전공 교수로 시작해, 수사학과 비평 강좌로 나아가며 학생들을 만난다. '체계'에 관한 그의 강좌는 당시 학생들에게 큰 인기였다.
그때의 강좌가 한 권의 책으로 묶인다. 그의 나이 36세였던 1759년의 작품 '도덕감정론'이었다. 그의 이름은 '경제학자' 계열에 자주 놓이지만, 그는 당시에, 아니 평생을 '윤리학자'로 자임했다.
스미스에게 첫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책 '도덕감정론'은 루소에 의해 개진된 이기심 이론에 대한 그만의 도전이었다. 그건 단순히 반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이타심만은 아니었다. 스미스의 핵심 문장은 이렇다. "아무리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전제되더라도 분명 사람의 본성 안에는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갖게 하고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하게 하는 어떤 원칙들이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타인과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의식'하는 존재다. '지금, 여기'에서 '나'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을지, 비난받을지를 상상하게 된다. 이는 '공감적 상상력'에 의해 자제라는 덕목을 일으킨다. 스미스의 이런 생각을 '도덕의 뉴턴주의'라고 이 책의 저자는 쓴다. 도덕계의 주요 현상 가운데 '정신적 중력'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스미스 사상에 내재됐기 때문이었다.
1776년 런던에서 출간된 대표작 '국부론'은 이러한 사상에 연결되는 또 다른 명저였다. 이 책은 세계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바위였다.
경제적 자유도 다른 사람들의 대한 정의에 주의를 기울이며 행사된다. 타인이 나를 관찰자 위치에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정의의 존중은 망각되기 어렵다. 천부가 허락한 경쟁 속에서 그가 언급한 자율적인 시장 개념은 단순하고도 매력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신과 타인이 서게 되는 '공정한 관찰자'를 향한 기대감으로부터 발생한다.
서두에 언급한, 스미스가 최후의 순간까지 '몰입'했던 '도덕감정론' 제6판의 탈고는, 그가 스스로 "느린 작업"이라고 평가했던 것처럼 아주 천천히 추가와 수정을 거쳐 진행됐지만, 결국 지금 우리의 눈앞에 주어졌다. 경쟁과 자유 그리고 도덕에 대한 스미스의 문장은 1989년 동구 공산권 붕괴 이후 서방세계가 자유시장 모델로의 전환을 설득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이 책 '애덤 스미스 평전'의 원전인 'The Life of Adam Smith, Second Edition'은 1995년 처음 출간됐다. 이후 2010년 개정판이 출간됐는데, 이 책을 저본 삼은 한국어판 출간에는 14년이 걸렸다.
'1234쪽'이라는 책 두께도 독자를 압도하지만, 각주 없는 문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높은 완성도가 빛난다. 작은 글씨로 적힌 참고 문헌과 색인의 분량 150쪽을 제해도 1000쪽이 넘는 벽돌책. 월스트리트저널, 이코노미스트, 런던리뷰오브북스 등 세계 유수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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