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대박이 쪽박 됐다'…개미들 "좋다 말았네" [종목+]
개인투자자 반응 "악재가 호재를 덮었다"
사측 "우려될 사안 아냐…적극 대응 방침"
"그저께는 '대박 공시', 어젠 '쪽박 공시라니…"
F&F 네이버 종목토론방의 한 투자자가 올린 글이다. 라이선스 브랜드인 'MLB'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으로 잘 알려진 패션 기업 F&F가 하루 차이로 호재와 악재 성격의 공시를 내면서 투자자들도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이달 17일 급등한 주가가 바로 방향을 틀어 이틀 연속 급락했지만 사측은 "주가를 끌어내릴 만한 악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F&F는 전날보다 5600원(8.05%) 하락한 6만4000원에 장을 끝냈다.
주가는 전날 5.95% 내린 데 이어서 이날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전날에는 지난 17일 급등분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내렸다면 이날 하락에는 악재 공시가 영향을 미쳤다.
앞서 전날 장 마감 이후 F&F는 영국에서 협력업체로부터 37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고 알렸다.
공시에 따르면 '세르지오 타키니'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모빈 살'이 F&F와 자회사 세르지오 타키니 오퍼레이션스(STO), 세르지오 타키니 유럽(STE) 등 8곳을 상대로 영국에서 37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F&F가 운영하고 있는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다.
F&F는 이번 소송을 두고 "모빈 살이 가이드라인과 품질 절차를 지키지 않아 올해 가을·겨울 시즌 일부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 홀로그램 발급을 받지 못했다"며 "미승인 제품 판매가 어려워졌고, 자체 판매 시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될 것을 우려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 금액 3700억원은 F&F 자기자본의 28.13%에 해당한다. 이 금액이 산정된 배경에 대해 F&F는 "모빈 살이 작년 연간 영업이익의 40년치를 청구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어 "한 시즌 판매분이 승인되지 않아 발생할 손해에 대해 과장된 금액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개인 투자자들로선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호재성 공시로 주가가 급등한 지 하루 만에 악재 공시가 이를 덮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F&F는 공시를 통해 국내에서 운영 중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브랜드를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진출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가 라이선스를 따낸 국가는 중국과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이다. 계약금액은 약 524억원으로 계약기간은 2039년 말까지다. 이후 추가 15년 연장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MLB' 브랜드에 이어서 '디스커버리' 브랜드도 본격 해외 진출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F&F 주가는 26% 가까이 폭등했다.
증권가도 최근 6개월간 7만원 안팎만 맴돌던 주가에 희소식이라고 분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 부진으로 극심한 저평가 상태였던 만큼 이번 계약 건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 라이선스 취득으로 내년 이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전망"이라며 "향후 중국 내 수요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질 시점에 주가가 크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간만의 호재에 기대가 컸던 주주들은 하루 만에 희비가 바뀌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종목토론방을 보면 "호재가 악재를 덮게 공시 순서를 바꿨어야지…애석하다", "안 그래도 신저가 수준인 주가에 정말 너무하다", "겨우 올라가나 했는데 3700억원 소송이라니…팔았다" 등 의견이 올라왔다.
F&F 측은 모빈 살의 손배소에 대해 "주주들이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영국은 소송비용이 소송금액과 비례하지 않아서 과대 청구가 손쉬운 상황이란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오히려 사측은 이번 소송으로 자사 브랜드의 신뢰가 떨어진 점을 들어, 상대 측에 반대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단 계획이다.
F&F 관계자는 "디스커버리의 해외 진출은 회사의 오랜 염원이었고 큰 호재였는데, 과대 청구 건으로 분위기가 반전돼 당황스럽다"며 "청구된 금액 경우에도 문제가 된 기간은 6개월인데 40년치 영업이익을 청구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타이밍이 애석하긴 하지만 상대방의 승산은 거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적극 대응하기 위해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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