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PD는 백만 년 만에, 나영석PD는 또 한 번 예능 대어를 낚았다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4. 7. 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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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과 고민시는 어떻게 대체 불가 존재감을 만들어냈나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사람마다 긍지로 여기는 부분이 있다. 나도 있으니 유치원부터 고3까지 결석을 한 적이 없는지라 '나 13년 개근한 사람이야',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요즘은 개근이 성실함의 표상이 아니라 '개근거지'라고 놀림을 당한다는 기사를 봐서다. 물론 일부 아이들 얘기겠지만. 출석인정결석 제도 덕에 한 해에 20일 정도는 개근으로 처리 된단다.

사회적 통념이 바뀐 거다. 이미 흐름이 달라졌는데 '무슨 소리야, 학생이 공부할 시간에 놀러 다녀? 그게 말이 돼?' 이런 소리를 하면, 달라진 흐름에 적응을 못하고 거스르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요즘 JTBC 예능 <My name is 가브리엘>에 출연 중인 다비치 이해리, 강민경이 좋은 예다. 둘 모두 옛날식 예능을 한다.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깐족거리고 깎아내리는 것이 예능의 기본이라고 잘못 배운 모양이다. 요즘은 공감이 최고의 덕목이거늘, 그걸 모른다.

TV를 몰입해서 보는 중에 옆에서 말 시키고 훈수 두고 하면 '가만히 좀 있어봐' 타박을 하게 되지 않나. 딱 그 짝이다. 다비치 멤버들을 향해 '그 입 다물라!' 호통을 치고 싶어진다. <My name is 가브리엘>이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이 아쉬운 편인데 이 소란스러운 시스터즈가 시청률 하락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오죽하면 특정 인물의 소리를 끄는 기능이 TV에 추가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겠나. 첫 방송부터 원성이 자자했건만 도무지 나아지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시청자의 반응을 나 몰라라 하는 건지 아니면 애써 분량을 줄인 게 그 정도인지. <나는 솔로>에서 중심을 잘 잡던 데프콘까지 두 사람에게 휘말려 흔들리는 걸 보면 <나는 솔로>의 송해나가 분별력 있게 잘 하는 거다.

김태호 PD가 MBC 퇴사 후에 해온 작업들은 대부분 <무한도전>이나 <놀면 뭐하니?>에서 쭉 해왔던 기획이다. <먹보와 털보>의 노홍철, 정지훈, <서울 체크인>, <캐나다 체크인>, <댄스 가수 유랑단>의 이효리, 심지어 사람도 그대로 가져다 쓰고. <My name is 가브리엘>도 2011년에 방송된 <무한도전> '타인의 삶' 특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박명수와 정준하가 비연예인과 서로 바꿔서 하루를 살아보는 설정이었는데 박명수는 정형외과 의사의 삶을, 정준하는 야구 선수의 삶을 경험해봤다. '타인의 삶'과 <My name is 가브리엘>이 다른 점은 비연예인이 연예인을 대신하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이번엔 세계로 범위를 넓혔다는 점.

그리고 도드라지게 차별되는 한 가지가 있다. 드디어 김태호 사단이 새로운 인물을 찾아냈다. 바로 배우 박보검이다. 멀고 먼 타지 아일랜드에서 45세의 합창단 지휘자 루리를 대신해서 살게 된 박보검. 첫날 연습에서 솔로 파트를 부르다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는 박보검 주위를 마치 격려하듯이 화음으로 채워준 합창단원들. 직업이 배우여서 그런지 바로 역할로 빠져든 박보검은 물론이고 이 역할 놀이에 자연스레 스며든 합창단 친구들도 놀랍다. 대체 불가. 누가 이렇게 해낼 수 있을까? 누가 이렇게 밝고, 맑고, 깊이 있을 수 있을까? 이참에 2020년 작 tvN 드라마 <청춘 기록>을 다시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요즘 대세 배우 변우석도 나오는데 <My name is 가브리엘>을 본 다음에 접하는 <청춘 기록>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대체 불가 인재가 또 있다. tvN 예능 <서진이네2>의 새로운 인턴, 배우 고민시. 인재 발굴의 달인 나영석 PD가 이번에 또 한 건 해냈다. 사전 만남 장면을 보며 영리해서 잘하지 싶었는데 예상을 훌쩍 뛰어넘지 뭔가. 일예로 최우식이 갈비찜에서 종이 호일을 건져내는 순간 바로 쓰레기통을 대령하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일머리도 뛰어나고 체력도 좋고. 주방 보조가 생색은 안 나면서 힘은 많이 드는 자리가 아닌가.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물 한 모금을 못 마셨다니 두말하면 잔소리, 근성 자체가 남다른 거다. 박보검도 고민시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언젠가는 잘 될 사람들이다. 그처럼 진심을 담아 꾀 안 부리고 최선을 다하는데 어찌 잘 안 되겠는가. 물론 잘 되는 데에는 운도 필요하지만.

만약 박서준이 '서준이네'를 연다면 창업 멤버로 고민시를 데려가지 않을까? 시청자 투표를 받는다고 해도 고민시가 단연 1위일 게다. 박보검과 고민시가 환영을 받는 걸 보면서 예능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실감한다. 그런 가운데 흐름에서 뒤처지다 못해 제발 빼 달라, 분량을 최소화 해 달라, 요청이 빗발치는 <My name is 가브리엘>의 다비치 멤버들, 대체 어쩔 건가. 누굴 비난하고자 꺼낸 얘기가 아니. 내가 속한 자리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박보검과 고민시처럼 대체 불가한 존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이서진이 꼬리곰탕에서 걷어내는 불순물 같은 존재가 될 것인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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