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 논란 딛고 세종에 첫 입성…메타코미디 “불편한 사람도 웃기는게 대가” [인터뷰]
“세종을 확성기 삼아 코미디 알릴 것”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국 사람이라 세종문화회관이 그렇게 퀄리티 있는 곳인 줄 몰랐어요. (웃음) 뉴욕 카네기홀도 코미디에 문을 열었는데 한국에서도 기회가 생겼으니 ‘찐’(진짜)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대니초)
‘스탠드업 코미디’ 장인인 미국 국적의 대니초가 세종문화회관 입성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대니초를 비롯해 스낵타운(이재율, 강현석), 빵송국(곽범, 이창호), 김동하, 손동훈 등 74만 구독자를 보유한 메타코미디클럽이 한국 공연예술의 성지를 두드린다. 세종문화회관의 여름 축제 ‘싱크넥스트24’를 통해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미디 공연을 하는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국공립 공연장 중에선 논버벌 퍼포먼스 팀 옹알스(예술의전당) 이후 두 번째다.
최근 홍대 메타코미디클럽 공연장에서 만난 김동하는 “‘싱크넥스트’ 팝업 행사에서 맛보기 공연을 했는데, 30%는 우리를 모르는 분들”이라며 “멘트를 할 때마다 관객들의 동공이 커질 정도로 놀라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며 웃었다. 새로운 공간, 낯선 관객과의 만남을 그는 장르 확장의 기회라고 봤다. 그는 “세종문화회관과 다른 공연들의 수준과 위치에 맞춰 저희 공연을 끌어올리기 보단 세종문화회관을 저희 위치로 끌어내리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도 “언젠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미디 공연을 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실현되기까지 몇 년은 더 걸릴 거라 생각했다”면서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판단해 이번 무대를 준비하게 됐다”며 웃었다.
메타코미디클럽은 ‘유튜브 시대’와 함께 떠오른 인기 콘텐츠다. 오랜 시간 한국인들의 안방에 웃음을 전해온 ‘개그콘서트’(KBS2),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등 방송 코미디가 폐지 수순을 밟던 시기, 방송사 공채 코미디언들은 저마다 ‘살 길’을 찾아 온라인 공간으로 향했다. 코미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메타코미디 소속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메타코미디는 유튜브를 통해 레거시 미디어에서 자취를 감춘 코미디를 부활시켰고, 올해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재확장하며 관객을 직접 만나고 있다. 그들이 관객을 직접 대면하는 곳이 바로 지난해 12월 문을 연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다. 가상 아이돌 ‘매드몬스터’로 폭발적 사랑을 받은 곽범·이창호의 ‘빵송국’은 물론 ‘숏박스’, ‘피식대학’, 장삐쭈, 엄지윤, 박세미, 김해준, ‘스낵타운’, ‘유스데스크’가 모두 메타코미디 소속. 현재 대한민국 코미디를 움직이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대표는 “코미디를 알리는 것이 코미디 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미디 공연장을 만든 것도 코미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에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무대에 올리는 것을 넘어 재능있는 신진 코미디언을 육성하기도 한다. 장 대표는 “공연장은 코미디를 개발하고 신인을 발굴하는 R&D(연구개발) 센터”라며 “공연장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콘텐츠가 유튜브에서도 적용돼 (콘텐츠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농담과 고민들이 메타코미디클럽의 양식이 돼가고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싱크넥스트24’에선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에서 공연하는 해외의 ‘스탠드업’ 장르와 한국형 스탠드업인 ‘만담’(8월 15~17일)을 선보인다. 즉흥성을 발휘하는 장르인 만큼 매일의 공연이 다른 이야기로 채워진다. 특히 대니초는 이번 ‘싱크넥스트24’ 무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성인 타깃’의 19금 코미디쇼는 공공 공연장이라고 타협하지 않는다. 정치, 종교, 섹스를 다루며 아찔한 수위를 오간다. 2005년생부터 입장, 주류 반입도 가능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수위 조절에 대한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메타코미디가 센 것만 하는 회사라는 오해도 있는데 더 재밌는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며 “세종문화회관에서 별도로 검열을 하진 않지만, 세종문화회관을 찾는 팬들에게 불편을 드리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의 특성상 코미디언들도 ‘수위 조절’에 대한 고민이 많다. ‘스탠드업 어셈블’ 공연을 선보일 김동하는 “유튜브 댓글을 보면 ‘코미디언이 왜 욕을 하냐, 왜 야한 이야기를 하냐’고 한다. 영화에선 통용되는 것이 왜 코미디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며 “단지 웃기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소재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미디언들의 수위 조절 문제는 ‘자기 검열’과 ‘불편함’ 사이의 고민이다.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의 시초 격인 대니초는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일주일 후 이 소재가 코미디에 등장했다”며 “그에 비하면 한국은 한국은 민감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덕분에 회의 과정에서 위험할 것 같은 소재를 다듬는 노력이 가장 많이 든다는 게 대니초의 귀띔이다.
정 대표는 “우리가 하는 농담이 불편해도 견디라는 것이 아니다. 불편한 소재도 잘 풀어내 불편해하던 사람마저 웃어버리게 하는 것이 대가”라며 “만약 (우리의 코미디를 보고) 불편하기만 했다면 그건 우리의 스킬이 모자란 것이다. 그 과정까지 가기 위해선 관객과 만나 깨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야기를 듣던 ‘만담꾼’들은 대동단결해 “만담 팀들의 공연엔 불편한 이야기가 없다”며 스탠드업 팀을 농락한다. 곽범은 ‘빵송국’ 멤버 이창호와 함께 광복절에 ‘만담 어셈블’ 공연을 선보인다. 그는 “스탠드업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르인 반면 만담은 만화같은 구조를 가지는 특징이 있다”며 “이번 공연에선 광복절이라는 날짜와 광화문광장의 지역성, 세종대왕의 정신을 담은 만담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만담 어셈블’ 공연을 준비한 스낵타운 이재율은 “만담은 대한민국에서 일본과 비슷하게 동시 발생한 장르”라며 “서영춘 선배님을 비롯해 장소팔, 고춘자, 오동광, 오동피 같은 분들이 하던 장르를 리부트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이재율은 실제로 오동광 오동피를 따라다니며 만담을 배웠다. 그는 ”한국 사람에게 만담을 좋아하는 DNA가 있다는 걸 매주 공연하며 느끼고 있다”며 “세종문화회관이라는 큰 확성기를 통해 (만담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메타코미디는 최근 유튜브의 ‘히트 콘텐츠’이자 간판인 ‘피식쇼’의 지역 비하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웃음 수위’에 대한 논쟁이 나오는 것도 일련의 사태 때문이다. 웹예능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능 작품상까지 받은 콘텐츠이지만, 해당 발언으로 피식대학의 구독자 수는 대폭 줄었다. 당초 피식대학 팀도 ‘싱크넥스트24’ 공연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출연진이 조정됐다.
정 대표는 “‘싱크넥스트 24’ 참여는 해당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에 결정된 것이기에 우리의 코미디를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며 “(피식대학 논란과 관련)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결론은 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코미디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식대학의 코미디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우리의 철학과 방향을 다져가겠다”고 덧붙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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