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시아 국방차관 접견 “군사분야 협력” 언급

북·러 조약 체결 이후 러시아 고위급 첫 방북
북 매체 “군사분야 협력 중요성·필요성 인식 공유”
북·러 군사협력 공식화 의도 해석…상징적 의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러시아 국방부 차관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국방부 차관을 직접 만나 면담했다고 북한 매체가 19일 보도했다. 지난달 북·러가 ‘포괄적인 적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이후 러시아 고위급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건 처음이다. 북·러가 그간 물밑에서 진행해온 군사협력을 공식화하면서 양측의 밀착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러시아 국방부 차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석상에서는 호상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두 나라 사이의 군사분야 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공유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의 의미를 평가하면서 “두 나라 군대가 더욱 굳게 단결해 새 시대 조·로(북·러) 관계를 힘 있게 인도하며 지역과 세계평화, 국제적 정의를 수호해 나가는 데서 중요한 몫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크리보루치코 차관은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따뜻한 인사”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깊은 사의를 표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정 깊은 인사”를 전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양측이 접견에서 ‘군사분야 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걸 북한 매체가 공개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북·러의 군사협력을 공식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러가 그간 물밑에서 진행한 군사협력을 이제 표면화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보인다”라며 “북·러 조약 체결에 따른 군사협력을 대외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과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군사협력에 보다 속도를 내기 위한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러 조약 체결 이후 러시아 고위급의 방북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크리보루치코 차관 등 군사대표단의 북한 방문은 푸틴 대통령의 지난 6월 방북 기간 합의된 내용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북한의 보도 내용을 두고 “정부는 지난 6월20일 성명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상호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라며 “북한에 대한 군사기술 제공 등은 대북제재 위반임을 분명히 하며, 관련 동향을 관계기관과 함께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