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미 테리 기소, 文 의식한 尹 때문...핵무장 추진 탓" 野 반격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수미 테리(Sue Mi Terry)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이 문재인정부의 책임이란 취지로 설명자료를 낸 대통령실을 비판하며 이번 기소는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반격에 나섰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기소는 윤석열) 정권과 주미대사·국가안보실장을 흡족하게 해주려다 (미국) 방첩 기관에 딱 걸린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설명자료는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싶어 하는 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 주장대로 이번 사건이 문재인정부 당시의 문제라면 FBI(미국 연방수사국)와 뉴욕검찰청과 같은 미국 기관들이 왜 그때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하지 않았겠느냐"며 "대통령실은 단순 외국대리인등록법 (FARA) 위반 사건이라고 밝혔으나 10년간 수미 테리를 감시해 온 FBI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에 17일 게재된 보도자료에는 '수미 테리의 행동은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됐다.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리면 모든 미국인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FBI 간부 발언이 명시돼 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정부 들어 1~3급 베테랑 정보요원들이 대거 교체·좌천되는 인사 파동 등 아마추어적 조직파괴가 계속되고 있다"며 "일상적 정보교환 활동은 공공외교 범위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활동의 범위와 수준이 커지고 위중해지다가 돈까지 오간 증거가 잡히니 기소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초 미국 정부는 한국이 대통령실 도·감청 문제를 제기할 경우를 대비해 이 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을 상대로 한 국정원의 활동 수위가 도를 한참 넘었다고 판단해 기소한 것 같다"고 했다.
박 의원은 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소속 특별사절단이 백악관·국무부를 차례로 방문해 문재인정부와의 한미관계가 엉망이라는 답을 얻고자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려다 전화 통화만 하자 이후 윤석열정부가 바이든 측에 더 잘 보이기 위해 과도하게 안테나를 켠 것이 이번 사건의 출발 같다"고 분석했다.
문재인정부 국정원장 출신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 검찰 기소 내용에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만 대통령실이 나서서 '문정원 국정원 감찰 문책' 운운하며 문제를 키우는 것은 국익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며 "지금 이 시각에도 각국의 정보기관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정보전을 하고 있다. '문재인의 국정원'과 '윤석열의 국정원'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국정원을 갈라치기 해 정보역량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는 수미 테리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할 수 있나. 2022년 8월 윤석열정권 출범 100일을 맞아 수미 테리는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윤 대통령 외교 정책의 힘찬 출발'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고 대통령실은 이를 영문 홈페이지에 대대적으로 브리핑했다"며 "(수미 테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발탁해 윤석열 정부까지 활동한 인물이고 윤석열 정부가 긴밀하게 활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제36대 국립외교원장을 역임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번 기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핵무장 추진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미 테리는 한국 보수지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한국계 미국인 중 한 사람이며 작년 한미 정상회담 전 국정원 요청으로 '핵 협의 그룹' 필요성을 강조한 칼럼을 쓰기도 했다"며 "수미 테리가 기소되기 4일 전에는 윤 대통령의 '핵 기반 동맹' 발언이 나왔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미국 국방성 차관보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면 왕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일이 차례대로 일어났다. 우연이라 하기엔 모든 정황이 딱 맞아떨어진다"며 "핵 문제로 선 넘지 말라는 미국의 신호를 우리 정부가 무시하니 한미 관계에 레드카드를 던지기 전 '수미 테리 카드'를 꺼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 핵무장의 헛된 꿈에서 깨어나라"며 "국정원 요원이 왜 한·미 정상회담 전 핵 옹호 기사를 써달라 요청했는지 정부가 국민께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소장에는 수미 테리가 정보원으로 활동한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2950달러 상당의 보테가 베네타 핸드백, 3450달러 상당의 루이비통 핸드백, 2845달러 상당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등 각종 현물과 현금을 수수했다고 적혀 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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