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될 사람과 미리 연락한 선수’?···인권위원장 후보로 나선 김용원의 ‘이상한 항의’

조형국·전지현 기자 2024. 7. 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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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앞줄 오른쪽), 이충상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에서 일어나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에 지원한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후보추천위원회’에 응모한 특정 지원자들과 소통한 사실이 확인됐다. 추천위원에 지원한 인물 중 최소 2명이 김 위원에게 연락해 ‘인권위 사무처가 내 (추천위원 지원) e메일을 열람하지 않았다’고 제보하면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추천위원 지원·선정 단계에서부터 위원장 후보 측과 사전 교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위원은 지난 18일 추천위에 제출한 ‘추천위원 기피신청서’에서 “추천위원 지원자 12인 중 적어도 2인은 추천위 구성이 완료된 지난 9일까지도 인권위 담당자가 그 지원서 e메일을 열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위 몫 3인이 이미 결정돼 있어 다른 사람들의 지원서는 열어볼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기피신청서에서 자신을 ‘국가인권위원장 후보 지원자’로 설명하면서 위원장 후보에 지원한 사실을 밝혔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진행 중인 후임 위원장 추천 절차는 추천위 구성으로 시작된다. 추천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3명, 인권위가 추천하는 3명, 기타 1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원들이 위원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권위 몫 추천위원 3명은 공개모집으로 선정된다.

국가인원위원장 후보자에 지원한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위원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위원 기피신청서에 담은 사진. 김 위원은 특정 추천위원 지원자의 e메일이 인권위 사무처에 접수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이 사진을 내놨다. 김 위원 측 제공

김 위원은 기피신청서에 자신에게 ‘e메일 미열람’ 사실을 제보한 인물 A씨의 휴대전화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에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9분에 추천위원 지원서를 e메일로 제출한 사실과, 수신확인 내역에 ‘읽지 않음’이라 표시된 화면이 담겼다. 김 위원은 A씨 등의 e메일이 접수되지 않은 것이 자신을 위원장 후보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추천위원으로 최종 선정된 3명의 이름은 모르지만 “(나에 대해) 흠잡기, 비방 및 사퇴요구 등에 가담해온 사람들로 추단된다”고 했다.

김 위원의 문제 제기와 그가 특정 추천위원 지원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위원장 후보 선발 절차의 공정성·독립성과 연결되는 문제다. A씨는 자신의 e메일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권위 사무처에 문의하는 대신, 김 위원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 김 위원은 위원장 후보 지원자 신분으로 특정 추천위원 지원자와 접촉했고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자신의 추천위원 기피신청서에 담은 것이다.

김 위원은 인권위 몫 추천위원 선발 과정에 자신의 의견이 반영돼야한다고 그간 꾸준히 주장해왔다. 김 위원은 기피신청서에서 “인권위 몫 추천위원 지명은 상임위원들 간 논의·합의를 거쳐야 하는 업무”라며 추천위원 지원자 명단 공개와 선정방식 협의를 요구했다고 했다. 사실상 위원장 후보자로 지원한 자신이 그 심사를 맡을 추천위원을 뽑는 데 관여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A씨 등이 김 위원 측과의 교감 하에 추천위원에 지원한 것이라면 절차의 공정성·독립성 시비는 물론, 위원장 후보자의 자질 시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메일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A씨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사담당자가 당연히 확인하고 심사에 반영했다. 전산망 상황에 따라 ‘읽지 않음’ 표시가 뜨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한 분은 전화가 와서 직접 설명해 드렸고, 한 분은 기피신청서 제출 이후 사실관계를 설명했다”고 했다. 김 위원이 이 같은 사실관계를 문의한 바는 없다고 인권위 측은 밝혔다. 김 위원은 경향신문이 해당 제보를 입수한 경위, A씨 등과의 관계, e메일 접수 사실 여부 확인 등을 묻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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