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국내 최초 식물성 선인장 가죽 만든 ‘그린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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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가죽은 인간이 아직 수렵채집에 머물던 구석기 시대부터 함께 한 소재다. 수많은 신소재가 등장한 지금도 천연 가죽은 의복, 가구, 장신구 등에 널리 사용되며 사랑받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죽을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잔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죽을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희생되는 동물의 생명,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등이 그 이유다. 지난해 9월 모든 제품에서 가죽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애플의 파격적 선언이 이런 가치관을 대표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가죽을 없앤다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윤리적, 환경적 가치에 공감하며 가죽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더라도 가죽이 주는 기능, 감성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게 비건 가죽, 식물성 가죽 등으로 불리는 대체 가죽 소재다.
국내에도 식물성 소재를 활용해 친환경 가죽 소재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그린컨티뉴다. 그린컨티뉴는 국내에서 최초로 선인장의 일종인 ‘천년초’를 소재로 가죽을 제작했다. 천년초에서 추출한 셀룰로스와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바이오 폴리우레탄을 결합한 방식이다.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는 “선인장 가죽은 원료인 선인장처럼 내마모도, 방수성이 뛰어나며 찢어짐과 오염에도 강하다”고 말했다.
그린컨티뉴가 만든 선인장 가죽은 식물성 소재의 비중을 나타내는 바이오매스 수치가 최대 78% 수준으로 높은 게 특징이다. 가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춰 염화비닐수지, 폴리우레탄 등 화학 소재로 제조하는 합성피혁은 물론이고, 시중의 식물성 가죽과 비교해도 이 정도로 바이오매스 수치가 높은 제품은 없다는 게 그린컨티뉴 측의 설명이다.
전인호 대표는 “아직 완전한 ‘친환경 가죽’은 없다. 가죽의 물성을 구현하는 바이오 폴리우레탄 소재에 톨루엔 디이소시아네이트라는 화합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바이오매스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을 계속해 언젠가는 100% 친환경 가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기존 소재들보다 가격이 더 저렴한 점도 그린컨티뉴의 강점이다. 전인호 대표는 “시중의 비건 가죽 가격은 1야드당 4만~8만 원 정도지만, 그린컨티뉴의 제품은 1만~3만 원 수준이다. 원료에서 셀룰로스를 추출 수율을 극대화하는 특허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인 브랜드 사업을 꿈꿨던 전인호 대표는 친환경 가방 제작을 위해 원단을 물색하다 그린컨티뉴 창업을 결심했다. 친환경 원단 대부분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금 더 저렴한 친환경 원단을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마침 특허법인에서 근무한 특허 전문가였던 그는 해외 특허 사례와 눈문 등을 살펴보며 좀 더 저렴한 친환경 원단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후 식품가공 및 천연초 전문가를 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하며 연구개발에 집중한 끝에 독자적인 셀룰로스 추출 기술을 완성했다.
그린컨티뉴의 대표 상품은 선인장 가죽이지만 선인장 외에도 셀룰로스를 함유한 어떤 식물성 소재라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고구마 줄기, 귤껍질, 참깨박, 장미 줄기, 사과 껍질, 카카오 껍질, 녹차 부산물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 중이다. 부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업사이클링’으로 친환경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그린컨티뉴에 계속 손을 내미는 이유다. 롯데웰푸드와 협업해 초콜릿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카카오 껍질로 가죽을 만들거나, 오설록 제주 농장의 녹차 부산물로 녹차 가죽을 만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3월에는 코오롱스포츠가 그린컨티뉴의 선인장 가죽을 활용한 신발 ‘무브 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농업 부산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그린컨티뉴의 기술에 주목하며 벤처육성지원사업으로 힘을 실었다. 전인호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사업화 자금, 투자 관련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귤껍질을 소재로 활용한 가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순환자원 규제 정책과 관련된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린컨티뉴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어가며 선인장 가죽의 가치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전인호 대표는 “바이오매스 수치를 높여 환경친화적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이번 분기 안에 식물성 가죽의 매력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쇼룸도 열 계획이다.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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