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주체로 다시 태어난 초선…박서련 장편 '폐월; 초선전'

김용래 2024. 7. 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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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말 열 명의 내시, 즉 십상시가 황실을 장악하고 부정부패를 일삼자 황건당의 반란이 일어난다.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달마저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는 일화에서 폐월(閉月)이라는 별명을 얻은 '삼국지연의' 속 절세미녀 초선이 박서련 작가의 손에 의해 완전한 얼굴을 얻었다.

'폐월; 초선전'에서 그려진 초선은 당차고 영악하고,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냉정하고, 성폭력에 노출되면서도 금기를 깨고서 자신의 솔직한 성적 욕망에 눈을 뜨는 용감하고도 주체적인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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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속 등장인물 '초선'의 삶 전복적 상상력으로 새로 써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후한 말 열 명의 내시, 즉 십상시가 황실을 장악하고 부정부패를 일삼자 황건당의 반란이 일어난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초선은 자신을 잡아먹으려 하는 부모를 피해 도망쳐 떠돌다 한 군인에 의해 거둬져 그의 양녀가 된다. 양아버지는 황제의 스승인 '자사' 지위에 있는 왕윤이다.

초선은 황건적이 양아버지의 집을 습격하리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왕윤에게 계략을 알려줘 황건적 무리를 토벌하게 만든다. 양아버지인 왕윤에게 연모의 정을 품었던 초선은 왕윤이 수도 낙양으로 향하자 그에게 자신의 지아비가 되어달라고 청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나중에 당대의 두 영웅 동중영(동탁)과 여봉선(여포)을 만나게 된 초선은 왕윤이 동중영을 무너트리기 위해 둘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간파하고서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달마저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는 일화에서 폐월(閉月)이라는 별명을 얻은 '삼국지연의' 속 절세미녀 초선이 박서련 작가의 손에 의해 완전한 얼굴을 얻었다.

장편 '폐월; 초선전'은 삼국지에서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짤막한 고사로만 알려졌던 초선의 삶을 박서련 작가가 특유의 상상력을 더해 총체적으로 재해석해 내놓은 소설이다.

작가는 그동안 삼국지 속 지나가는 한 여성 인물로 등장해 아름다운 여인의 이미지로만 소비됐던 초선에게 주체적인 목소리를 부여했다.

'폐월; 초선전'에서 그려진 초선은 당차고 영악하고,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냉정하고, 성폭력에 노출되면서도 금기를 깨고서 자신의 솔직한 성적 욕망에 눈을 뜨는 용감하고도 주체적인 여성이다.

작가는 이처럼 영웅 남성 서사가 뼈대를 이루고 있는 '삼국지'의 세계를 특유의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비틀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와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창조해 냈다.

삼국지연의를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도 충분히 서사와 등장인물들의 매력에 빠져들만 하다.

은행나무. 244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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