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人災예요" 물폭탄 화성 향남읍 공장들 원성 폭발[르포]

문영호 기자 2024. 7. 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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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이 연신 흙을 걷어올리고, 또 다른 포크레인이 흙을 퍼담아 덤프트럭에 옮겨 싣는다.

흙더미가 옹벽 아래쪽에 있는 반도체 기기 제조업체를 덮쳤고, 업체 울타리는 물론 외벽이 부서지고 토사가 공장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지게차가 오가며 기계와 제품들을 옆 칸으로 나르고 있고, 외벽 근처에서는 조그만 포크레인이 옹벽 쪽으로 흙을 밀어내고 있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흙을 치우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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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 무너지며 공장 덮쳐…흙 치우고, 장비 씻고
3시간 동안 136㎜ 폭우…공장은 뻘밭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 = 19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일원 제조업소 건립을 위한 부지조성 공사장 옹벽이 무너져 아래 있던 반도체 관련 공장 외벽이 무너져 들어온 토사를 포크레인을 동원해 걷어내고 있다. 2024.07.19.sonanom@newsis.com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 = 포크레인이 연신 흙을 걷어올리고, 또 다른 포크레인이 흙을 퍼담아 덤프트럭에 옮겨 싣는다. 포크레인이 내는 기계음과 덤프트럭을 부르고 상차가 완료됐음을 알리는 경적 소리 외에는 적막감마저 든다. 연신 퍼 올리는 흙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19일 향남읍 길성리 제조업체 신축 공사 현장.

전날 바닥을 뚫는 듯한 송곳 폭우에 이곳 10m 높이 보강토 옹벽이 무너져 내렸다. 흙더미가 옹벽 아래쪽에 있는 반도체 기기 제조업체를 덮쳤고, 업체 울타리는 물론 외벽이 부서지고 토사가 공장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외벽이 부서진 곳은 평소 직원들이 작업을 하던 공간이다.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 = 19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일원 제조업소 건립을 위한 부지조성 공사장 옹벽이 무너져 아래 있던 반도체 관련 공장 외벽이 무너져 들어온 토사를 포크레인을 동원해 걷어내고 있다. 2024.07.19.sonanom@newsis.com


"출근 전에 일어난 일이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반도체 관련 기기 제조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출근 시간에 사고가 났다면 자칫 인명 피해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작업장에 있던 기기들을 모두 꺼내 세척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게차가 오가며 기계와 제품들을 옆 칸으로 나르고 있고, 외벽 근처에서는 조그만 포크레인이 옹벽 쪽으로 흙을 밀어내고 있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흙을 치우고 있는 곳이다.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 = 19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소재 반도체 관련 공장이 건물 뒤편 옹벽이 무너져 포크레인으로 공장 내부로 밀려 든 토사를 치우고 있다. 2024.07.19.sonanom@newsis.com


업체 대표는 피해 규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친다.

한 관계자는 "기계를 사용할 수 있을지, 공장 가동은 언제 가능할지 고민이 깊다"며 회사 대표가 침묵하는 의미를 설명했다.

[화성=뉴시스] 문영호 기자 = 19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상신리 칼바위길 인근 승강기 제조 공장에 18일 쏟아진 토사로 장비가 물에 잠겨 공장 가동이 중단 되고 있다. 2024.07.19.sonanom@newsis.com


"이건 인재입니다. 재작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어요"

19일 화성시 향남읍 칼바위 인근 도로는 황톳빛이다.

길을 따라 수출포장업체와 플라스틱 재생 공장, 승강기 제조 공장, 방음 설비회사 등이 차례로 늘어서 있지만, 간판만 다를 뿐 공장 내부도, 공장 마당도 모두 토사가 두껍게 내려 앉았다.

연신 물을 뿌리던 직원이 수도꼭지와 연결된 호스를 내팽개치고 담배를 꺼내 문다.

"2년 전에도 이랬어요. 뒷산에서는 흙탕물이 내려오는데 하수관이 막혀서 물이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고여요"

승강기 제조 공장 임 모(58세) 대표의 말이다.

"앞에 제조업체들이 들어섰는데, 여기보다 낮았던 땅을 더 높이고 축대까지 설치했어요. 배수가 안 되니 산에서 내려온 물이 그대로 고여서 호수가 되는 거예요"

플라스틱 재생 업체 김 모(61세) 상무가 말을 거든다.

[화성=뉴시스] 경기 화성시 향남읍 상신리 칼바위 인근. 불어난 물에 차량이 휩쓸렸다.(사진=독자 제공)2024.07.18.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곳엔 전날 이른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공장 바로 뒤 야산에서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지근 거리에 있는 하천으로 물이 빠지지 않아 일대가 물에 잠겼다.

차량 2대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렸고, CCTV를 통해 이를 지켜 본 수출포장 업체 직원들이 운전자와 동승자를 가까스로 구했다. 공장 인근 어린이집에 아이를 등원시키려던 두 가족이다.

"아침 일찍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토사를 한바탕 긁어내기는 했는데, 부품 하나하나 씻고 정리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합니다. 속에서 열불이 납니다."

"건물을 짓는 것 까지는 뭐라고 못 하겠지만, 매년 비가 올 때마다 흙탕물이 쏟아지는 데 이걸 잘 빠지게라도 해줘야 할 거 아닙니까? 어제도 신고를 했는데도 비가 그칠 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오늘 아침까지도 물이 다 안 빠져서 도와달라고 전화를 해도 시에청이나 읍에서 사람이 안 와요".

임 대표는 재작년 비 피해를 복구하는데만 꼬박 6개월이 걸렸다며 연방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뻘밭같은 마당에 물을 뿌려댄다.

전날 화성시에는 평균 172.3㎜의 비가 내렸다. 특히 향남지역에는 오전 6~9시까지 3시간 동안 136㎜의 송곳 폭우가 쏟아졌다. 전체 483건의 비 피해가 신고된 가운데 향남지역에서만 14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정명근 시장은 이날 오후 전날 발생한 호우피해 현장을 확인하는 등 시 차원의 수습 복구에 나섰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an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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