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해병 1주기, `탄핵청문회` 난장판…與 "인민군 재판" 野 "방해하면 중형"

정청래 법사위원장 '尹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청문회 개최 강행에
국힘 의원들 규탄대회·연좌농성에 육탄전…취재진·野의원들 엉켜 부상자 나와
묵념도 잠시…정청래 "법사위원 회의장 진입방해 법적조치" 국힘 "불법청문회"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회 국민동의청원 심사 청문회 개최를 강행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주진우(오른쪽 두번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열자 국민의힘이 육탄 저지를 시도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청문회 자체가 헌법상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를 우회한 꼼수이자 불법이라고 여당이 주장하자 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불법 청문회라면 이 자리에 왜 와 계시냐"며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 법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 도중, '꼼수 청문 원천무효' 등 피켓을 들고 법사위 회의장 앞 복도로 이동해 '위헌·위법 탄핵 청원 청문회 규탄' 연좌농성을 40분여 진행했다. 촛불단체발(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회 국민동의청원 심사를 명분으로 민주당이 순직 해병대원(故 채수근 상병) 1주기에 맞춰 청문회를 밀어붙이자, 법사위원장실 항의방문을 시도하면서였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문을 걸어잠그고 청문회 사전 면담을 일체 거부하자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청래 위원장 나오라", "해괴한 셀프 감금", "당당하단 사람이 그렇게 숨나. 두더지냐" 등 성토했다. 규탄사를 맡은 권성동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의결 없는, 사실상의 (탄핵)조사에 해당하는 탄핵 청문회는 불법이고 무효"라며 절차 중단을 촉구, "민주당은 자신있으면 탄핵소추안을 정식으로 발의하라"고 했다.

5선 의원인 나경원 당대표 후보도 참여해 "민주당은 '기승전 대통령탄핵'을 외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가 출마할 조기 대선을 위한 획책으로 결국 탄핵 청문회란 듣도 보도 못한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라며 "다수의 폭정, 의회민주주의 붕괴"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원법과 국회법을 무시한 대통령 탄핵 꼼수 청문회는 그 자체로 위헌이고 위법으로 원천무효"라며 증인채택·출석강요 남발 등을 비판했다.

오전 10시가 임박해 정 위원장이 회의장으로 이동할 때 이를 막으려는 여당 의원들과 참석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이 뒤엉켜 일부가 넘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얼굴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착석 후 "법사위원이 회의를 위해 회의장에 진입하는데 폭력, 다중위력으로 막았다면 중대범죄"라며 "법적 조치"를 거론했다. 국민의힘 측은 정 위원장이 밟고 지나가 당 소속 고동진 의원도 다쳤다며 항의했다.

청문회 개시에 앞서 정 위원장은 "오늘은 고 채수근 해병 1주기다. 진상규명을 통해 채상병의 넋을 기린다는 의미를 담아 잠시 묵념한다"고 했고 여야 법사위원들이 일어나 묵념했다. 뒤이어 의사진행발언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 청원 사유를 보면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재판과 관련된 사건이고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내용"이라며 "불법 청문회 중단"을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불법 청문회라면 이 자리에 왜 와 계시냐"고 받아쳤다.

그는 이어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은 여기 존재 이유가 없다"며 "국회법 제65조 1항 조항에 따라서 청문회를 위원회 의결로서 의결한 바 오늘 청문회는 합법적"이라면서 강행했다. 법사위 소속이 아닌 여당 의원들에게 '퇴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법사위 민주당은 앞선 국회 청원 내 해병대원 순직 조사 외압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전쟁위기 조장, 일본 징용문제 해법,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해양투기 방조 5개 사유 중 채 상병 사건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관련 증인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이 출석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과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은 불출석했다. 국민의힘은 곽규택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 인민군 재판 같은 청문회를 강행하며 '탄핵 바람몰이'에 나선 민주당"이라며 "지금이라도 위법·위헌적 시도를 멈추라"고 성토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 법사위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의 집단 폭력으로 법사위원들은 물론 많은 취재진과 보좌진이 넘어지거나 다치고, 특히 한 법사위원(전현희 의원)은 얼굴에 심한 멍이 들었으며, 보좌진 1명은 갈비뼈 부상에 이르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회의장 안팎 의사진행 방해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이 범한 행위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나 국회법 위반죄로 최고 징역 7년6월 중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아주 심각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