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AI 열풍 ‘골드러시’에 비유…최수연 “AI 발전속도보다 방향성 중요”
“과거 골드러시에 청바지와 곡괭이를 파는 사람들이 먼저 돈을 벌었던 것처럼, SK는 인공지능(AI) 인프라와 기술을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19일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7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AI 기술을 19세기에 금광을 캐려고 사람들이 몰려들던 ‘골드러시’에 비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최 회장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로 라이브 토크쇼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곡괭이 판매와 비슷한 일을 지금 엔비디아가 하는데, 저희 전략도 곡괭이를 팔아서 돈을 벌자는 것”이라며 “네이버 같은 기업이 금을 계속 캐야 곡괭이를 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곡괭이를 팔다가 땅을 더 깊게 파기 위해 불도저를 팔아야 한다”며 “저희 기본 전략은 AI 데이터센터에 에너지까지 붙여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서 금을 캘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과 최 대표는 이날 AI 기술 발전을 위한 각자의 접근법과 비전을 공유하며 미래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AI 기술 발전의 핵심 요소로 데이터를 꼽았다. 최 회장은 “데이터의 양이 중요하다”며 “현재 GPT-4 수준에서 GPT-5로 가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크기가 8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차세대 AI 반도체가 얼마나 빨리 발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서비스 측면에서 AI의 유용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AI가 사람들에게 어떤 유용성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스마트폰의 통역 기능이나 사진 편집 기능도 유용하지만, AI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AI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한국 사용자들에게 최적화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네이버는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춘천에 이어 세종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추가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AI 기술 발전을 위한 전략과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최 회장은 “글로벌 협력 없이는 전 세계적인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반도체나 에너지 솔루션 등 우리의 강점을 바탕으로 각 회사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최근에는 AI 발전속도보다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며 “AI 인프라, 데이터,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된 목표를 가진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글로벌 소버린 AI 생태계를 함께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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