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없는’ 배우 조정석 “40대 되어 보니…인성이 곧 실력” [인터뷰]

2024. 7. 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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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일럿·행복의나라 등 종횡무진
여장 부담? “한정우에게서 내 모습 봐”
최강희 닮았단 댓글에…“선배님, 죄송”
배우 조정석. [잼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그 사람의 인성이 연기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좋은 인성을 가진 배우와 그렇지 못한 배우가 같이 연기를 시작했을 때, 인성을 갖춘 배우가 연기를 더 잘하게 될 확률이 더 높다고 봐요. 왜냐면 좋은 사람이 그의 주변에 모이게 되니까요. 그러면 연기로 더 성장할 거라고 믿거든요.”

배우 조정석(44)은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무대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어떤 깨달음이 왔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별다른 고민 없이 ‘좋은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배우가 바로 조정석이다. 다정함과 반듯함을 잃지 않으며 주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내공 덕분이다. 이러한 그의 재능을 ‘타고난 끼’라고만 본다면 그의 ‘반쪽’만 아는 셈이다. 그는 “20대 때는 ‘정말 열심히 해서 (뭔가를)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이 컸다”며 “잘하고 싶다는 열정과 욕심 때문에 빨리 40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웃었다.

영화 ‘파일럿’에서 여장을 한 한정우(조정석 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를 증명하듯 40대의 조정석은 영화, 공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밀려드는 러브콜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올 여름에만 극장가에 ‘파일럿’(오는 31일)과 ‘행복의 나라’(8월 14일) 등 두 영화로 출격한다. 942만명의 관객을 모은 여름 코미디 영화 ‘엑시트’(2019년)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앞서 올해 초에는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로 브라운관을 찾았고, 지난달까지는 뮤지컬 ‘헤드윅’ 공연을 했다. 올 하반기에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신인가수 조정석’을 통해 싱어송라이터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다.

‘슬럼프가 없어 보인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정말 번아웃된 순간들은 분명 있었죠”라며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성공하거나 혹은 배우거나, 둘 중 하나만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저는 루틴도 안 만들어요. 징크스라는 말 자체가 제 머릿속에 아예 (없어요)….”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파일럿’에서 자연스러운 여장 연기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잘나가던 스타 파일럿 한정우(조정석 분)가 성차별적 발언으로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하고, 끝내 여동생 한정미로 변신해 ‘여자 파일럿’으로 재취업하는 이야기다.

조정석이 영화 출연 결심을 하게 된 건 주인공 한정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제 자신이 잘 대입되더라고요. 목표가 뚜렷한 한정우가 여장까지 해가면서 ‘참 열심히 산다’ 싶었어요.”

배우 조정석. [잼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여장을 한 한정우가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다. 조정석의 천연덕스러운 생활 연기가 빛을 내는 순간이다. 뮤지컬 ‘헤드윅’에 이어 또 한 번 여장에 도전하기 위해 조정석은 단기간에 7㎏을 감량하고, 100벌 이상 옷을 바꿔 입어가며 촬영에 임했다. “사흘간 하루 5~6시간을 할애하면서 분장과 의상 테스트를 했어요.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와 테이프를 붙여 진하게 만든 쌍커풀은 탈락했죠. 그건 제가 봐도 탈락하는 게 맞아요.”

영화 속 여장한 조정석의 얼굴이 ‘배우 최강희를 닮았다’는 뜻밖의 반응에 대해선 “(그런) 댓글을 보고 영화를 다시 봤는데 ‘약간 있네?’ 싶었다”며 “선배님께는 정말 죄송하다”고 전했다.

5살 딸을 둔 아빠 조정석으로서 심경이 복잡해지는 장면도 있었다. 여장을 한 한정우가 남자들에게 ‘칭찬’으로 둔갑한 외모 품평을 당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조정석은 “제 딸이 그런 일을 당하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날 것 같다”며 “여장을 한 한정우가 갈등을 헤쳐나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한 잘못을 뉘우치는 그 자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10대 때만 해도 조정석은 퇴근 길에 통닭 한 마리 사오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아빠가 되고 싶었다. 지극히 ‘보통 사람’을 꿈꿨던 그이다 보니 누구보다 화목한 가정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그는 “집에 가면 (딸을 위해) 해파리가 되고 곰돌이가 된다”며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딸이 대중에게 주목받게 되는 직업을 선택하기 보단, 훨씬 더 자유롭게 일상을 누리는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라며 속내를 비췄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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